희망에게 묻고 싶다
권 옥 희
행여 잃어버릴까봐 조바심난다
쪼글쪼글 번데기 같은 얼굴
행여 놓칠세라 자꾸만 들여다본다
눈 떠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뽕잎을 뜯어먹듯 사각사각 갉아먹은
세상의 서러움 한 올 한 올 풀어
엄마는 오늘도 하얀 고치집을 짓는다
아무것도 아니게
살아온 날 흔적을 지우며
한잠, 두잠, 석잠, 넉잠
오래된 침묵이 너무 서럽다
웅크린 몸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무것 안 하고 있어도
연두빛 새순은 봄날을 데리고
깜깜한 창을 넘나드는데
봄볕에 바삭바삭 말린
그리움 적셔 살던 내 마음 자리
어떡하나요
엄마, 엄마 불러도 대답 없는
희망에게 묻고 싶다
멀고 먼 강 건너기 전에
내 이름 아주 잊고 가기 전에
엄마가 지은 고치집 한 채
고스란히 내게 주고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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