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권 옥 희
우리의 떠남은
만남보다 먼저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잔뜩 웅크린 고향 하늘을
품에 안고 가는 길은
비 오기 전의 정적처럼 늘 가슴이 먹먹했다
만만한 것 하나 없는 세상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살아도
오래된 그리움을 뭉텅뭉텅 잘라
베개 밑으로 숨기며
옹이처럼 단단해져가는 그 먼 날들을
나는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안고 살았다
또 보자는 희망이 무거운 어깨에 얹어지고
잘 가라, 그래 잘 가라
애잔한 눈빛으로 발목을 잡아끄는
너의 안부를 못 잊은 듯 삼키면
내 가슴 여러 갈래에 너를 보낸 길이 나고
너무 많은 추억들이 바퀴자국 몇 개로
너를 따라가는 동안
나는 입이 얼얼하도록
친구야, 친구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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