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지고
권 옥 희
고층빌딩 전망 좋은 방에선
아래가 없다
하늘만 있다
어느 날 문득 시린 하늘을 쫓아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그 아득한 유혹
열두 소리 마당의 가락들이 징징징 울리고
세상 인연 꼭꼭 묶은 매듭을 풀며
팔 뻗으면 닿을 듯한
그 아득한 유혹
좋은 날 하늘 푸르고
궂은 날 비 오고
마음이 빈 깡통처럼 전망 좋은 창을 흔들 때
밤배를 타고 가듯
가볍게 몸을 날렸다
빳빳한 모가지를 꺾고
세상에 사랑을 남기고 가는 증표로
선지피 한 바가지쯤 적당히 쏟아버린 뒤
비로소 하늘이 하얘져
세상 가질 게 없다면
날자! 날개 없이도 날 수 있다면 날자!!
나 없는 어둠 속에서 그대여
부디 아픈 기억은 잊어주길
더 이상 울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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