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다. 엄마 아빠 손잡고 나들이 갈 꿈에 부풀었을 아이들을 실망시키며 비가 온다. 연이틀 내린다는데 왜 하필 오늘이었을까? 짓궂게 비를 뿌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옆을 보니 고운 색을 안고 핀 작약이 함초롬히 비에 젖고 있다. 너도 나들이 가지 못한 어린이였구나. *************************************** 등꽃, 사랑에 취하다 / 권옥희 그래, 몸이 먼저 안다 홀씨에 닿은 바람결에 엎드린 젖빛 사랑의 테러 날개 접은 나비를 맞으면 순식간에 신음이 터져 나온다 사랑을 채우려 한낮에도 슬픔이 뚝뚝 떨어지는 꽃 감당 못할 신열로 꽃잎 자락이 들뜨고 초점 약한 숨을 고르며 몸을 낮추어야 들리는 등꽃의 화음 연보랏빛 물결이 잇따라 울리는 종소리처럼 사랑에 취할 때 덮치듯 입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