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다
권 옥 희
세계의 문이 닫힌다
쫓기듯 달려와서
지는 해를 끌어안은 바다가 닫힌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막막했다
저 바다 품으로
속절없이 들어가는 해를 보내고
나만 남아 있어도
이렇게 살아지는 것을
부질없이 많은 밤을
혼자라고 울먹이며 뒤척였구나
닫힌 세계의 문 밖에서
인연 다하면 너도 나도 놓아주는 것을
붉은 동백의 봄은 아직도 아득하고
고래는 잠들지 않았다
혼자인 바다에서
또 해가 저물고 밤을 닫는다
이 진실 된 어둠을 딛고
내일은 또 새로운 해를 품은
붉은 바다가 장엄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