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집
권 옥 희
새파란 지붕을 한 바닷가 민박집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녹슨 양철대문 밖에서
빨간 맨드라미 그림자 덮힌
안마당을 훔쳐보며
붉은 물기어린 낙엽들과
금방이라도 알맹이를 터뜨릴 것 같은
잘 익은 밤송이와
까만 바다 위에 가물가물한 초승달과
바다를 통째로 안은
바다 앞 민박집에 하룻밤 세들었다
가을은 그렇게 또 아름답다
바다를 데려온 파도소리도 꿈같은 집
목에 가시 같은 불면을 잠재우며
바다 앞 민박집의 가을이 게을러진다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너랑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