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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집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9. 10. 14. 17:16




바다가 보이는 집



                                        권 옥 희




새파란 지붕을 한 바닷가 민박집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녹슨 양철대문 밖에서

빨간 맨드라미 그림자 덮힌

안마당을 훔쳐보며

붉은 물기어린 낙엽들과

금방이라도 알맹이를 터뜨릴 것 같은

잘 익은 밤송이와

까만 바다 위에 가물가물한 초승달과

바다를 통째로 안은

바다 앞 민박집에 하룻밤 세들었다


가을은 그렇게 또 아름답다

바다를 데려온 파도소리도 꿈같은 집

목에 가시 같은 불면을 잠재우며

바다 앞 민박집의 가을이 게을러진다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너랑 살고 싶다.





         

 가을은 소리없이 뜨거운 불길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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