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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1. 1. 24. 13:40



 

눈사람

 

 


                                                                             권 옥 희


 

너무 하얘서 서러운 눈꽃 속에 그가 있었다

‘피를 걸러야 하는데’

짬도 없이 몸이 불어난 그의 배꼽에 눈물이 고였다

무거운 햇살을 지고

천진하게 그를 따라간 몇몇은 그대로 물방울이 되었다

 

나는 눈부시게 농축되는 죽음의 헛것을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삼 돌아왔던 길목으로 눈을 떠 보았다

그새 서러운 꽃은 다 지고

매번 다른 체감으로 느낌도 선명한 그가

잠깐 보이다 사라지는 참이었다

그리워야 날리는 포자처럼 울리지 않는 종 줄을 매양 흔들며

그는 그렇게 내게 온 손님처럼 떠나갔다

 

잠시 내 눈에 들었던 그가 머물던 자리

눈물 흥건한 자리

꿈결인 듯 먼 길 떠난 그대에게

사랑했다는 말 조용히 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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