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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밑을 서성이며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1. 1. 30. 23:33

 

 

 

 

그리움 밑을 서성이며 




                                                                                 권 옥 희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봄이 온다고
노란 황사 몰고 온 겨울 끝자락에서
묶인 발목을 풀며 바람은 말했지
 
내 앞에서 어느 날 문득 
꿈인 양 눈 속으로 사라진 길
구두 굽이 다 닳도록 돌고 돌아
어느 새 하늘에 닿았다
 
생생한 굽을 갈아 끼우며
발자국에 묻혀 여기저기 박혀 있던 
기억의 파편들을 그리움으로 꿰어차면
사랑은 불쑥불쑥 
몸살 앓던 순간순간을 붙잡고 나와 
가자, 가자 소리치고
 
새 굽으로 단단해진 구두를 신고도 
너 없는 세상 어디에도 발 못 붙여
어질어질 허공에 떠 있는 그리움
그 그리움 밑을 서성이며
나, 이제 너를 그리는 건
목매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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