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꾸는 세상으로
권 옥 희
여기까지 왔습니다.
비에 젖어 헤죽 웃는 풀꽃처럼
하루하루가 버릴 게 없는 삶
좋은 사람들과 발맞추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대로 잘 살았지만
너무 숨 가쁘게 달려온 길에
놓쳐버린 게 너무 많습니다
아까웠지만 그냥 지나쳐버린 꿈
걷다가 걷다가 아무데나 앉으면
함께 앉아 웃고 있는 풀꽃 같은 꿈
이제 다시 꿈꾸는 아이처럼
쉬엄쉬엄 그 길을 찾아가렵니다.
너 안에 나를 담고
내 안에 너를 담아
죽어도 좋은 이로 기억되게끔
마음 베풀며 느릿느릿 가렵니다.
하루, 아니 일 년, 그도 아닌 평생
아내로 엄마로 여자로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살았으니
내 곁에 스쳐가는 사람들마저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이라 여기며
누에고치 잠 속인 것처럼 편안하게
세상 속으로 들어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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