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8월 어느 날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4. 8. 6. 10:17

 

 

장롱 옷걸이가 옷을 너무 많이 걸어 그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봉이 무너졌다.

못 박느라 2시간 넘도록 쿵쾅대며 

윗층 눈치 봐가면서 못과 씨름했다.

땀을 바가지로 흘러도 이놈의 못은 들어가지 않고

굽어지거나 튕겨나오기 일쑤다.

 

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우리집 남자들이 그립다.

힘 몇 번 제대로 내려치면 쑥 들어갈 것 같은 못은

나의 힘을 비웃으며 칠려면 얼마든지 쳐보라는 자세다.

지금은 집에 없는 남자들 원망하면서

결국 못 박는 걸 포기하고

더워서 오지 않겠다는 철물점 주인

사정사정해서 데려왔더니

드릴로 드르륵 몇 번하니 끝이다.

 

이게 뭔가?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이제 무너질 염려없는 튼튼한 장롱 봉을 보며

그냥 고마워서 2만원 아까워하지 않고

수고비로 드렸다.

운동하면서 땀흘린 셈 치지 뭐~

그러나 뭐든 고생하고 돈 들이니

생고생할 필요없이 바로 돈 들이는 게

삶의 진리라는 걸 또 한번 터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