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내 아버지 가시던 날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4. 9. 24. 19:02

 

 

나를 아는 친구들과

수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의 힘으로

혼자 계셔서 가여웠던

우리 아버지, 고향의 할머니 산소 옆

키 큰 소나무 밑에 잘 모시고 왔다.

양지 바르고 습기도 없고

참 좋았다.

그래서일까? 아버지를 보내는

마지막 제를 올리며

아버지도 웃고 우리도 웃었다.

 

2014년 9월 21일 음력 8월 28일 오후 6시 45분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눈부신 좋은 날이었다.

엄마 아버지가 오래도록 자리보존하고 계셔서

누군가 상을 당하면

나도 좋은 날에 겪게 해달라고

참 많이 소원했었다.

친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서 안동으로 조문 갔다가

아버지가 의식을 잃어서 막내와 내려오고 있다는

큰동생의 연락을 받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 저녁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주일 전에 내려왔을 때만 해도

말씀도 잘하시고

내가 누구냐고 물으면 알면서 뭘 그러냐는 듯

바보지 누구야~ 그러시더니

사람 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게

딱 맞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슬픔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고향이지만 일가친척 없는 곳에서

썰렁하고 텅빈 장례식장에 아버지를 안치하고

새벽같이 식구들이 허둥지둥 달려올 때까지

동생 둘과 망연자실했다.

외롭게 살아오신 아버지를

자식들이 못나서 조문객도 없이

가족들로만 쓸쓸하게 보내드리는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고 아파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뭐라고 수많은

친구들과 고향사람들과 학부형들의 격려의 글과

조의금을 보내주고 멀리서도 찾아와준 친구들.

특히 깨복쟁이 친구 은희와 기하, 광호~

친구 보내고 우리 아버지까지 이틀 동안의 강행군에

얼굴이 말이 아닐 정도로 녹초가 된 모습에

내가 몸둘 바를 몰랐다.

그 사랑 덕분에 열두 개나 되는 화환이 줄을 서고 

하얀 국화꽃길을 밟으며

우리 아버지 흐뭇하게 떠나셨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 새삼 느꼈다.

지금까지 잘 못 산 것 같지 않아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도 생기고

경사는 몰라도 애사는 꼭 마음을 표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게 닥친 사흘이 꿈만 같다.

내게 큰 힘을 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 따뜻하고 큰 사랑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