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블루스
권 옥 희
영등포 시장 앞 금마차 캬바레, 신세계의 어둠이 블루스로 깔린다.
화려한 네온의 블루스 스텝을 밟으며 겨드랑이 아래 중심축을 지구
본 돌리듯 돌고 돌리다 보면 오늘 밤 어디 시루에 앉힌 콩나물 싹이
트듯 그네의 두 다리가 근질거리리라. 그리고 돋으리라 슬픔의 날개,
허무의 깃털, 비비고 돌아가는 몇 박자의 곡조가 어둠과 능숙하게 부
대껴 모두가 박쥐처럼 비행동물로 변형되어 날아다니리라. 야간활동
성으로 사내를 포식하고 사랑을 생산해내리라. 한 세기가 더디도록
불르스만 끼니가 되리라. 집집마다 여자가 있고 여자가 없는 창 노란
불빛들이 울고 웃는 창. 더욱 출구가 보이잖는 동굴, 함께 누울 수 없
는 박제된 몸들만 어둠을 휘젓고 다니리라. 신세계가 환하도록 블루
스만 이빨인 양 치솟는 욕정의 테입을 신나게 씹어대리라.
'새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벼운 것에 대한 명상 (0) | 2010.03.15 |
---|---|
사랑은 어여쁘다 (0) | 2010.03.15 |
숲의 방 (0) | 2010.01.10 |
하얀 눈이 오잖아요 (0) | 2010.01.05 |
나도 유리문을 달고 싶다 (0) | 201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