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오잖아요
권 옥 희
오늘은 전화하지 마세요
우울해 하지도 마세요
더 참지 못해 먼저 우는
하늘이 저기 있잖아요
바람 돌아가는 모퉁이마다
가볍게 날리는 눈발
우는 것도 예뻐서
예쁜 것이 가여워서
늦장미 꽃잎들이 하르르-
풀어지고 있잖아요
잎도 열매도 없는 모과나무
스산한 모양새에 걸려 넘는 슬픔 몇 조각과
죽은 꽃들의 기억 속에서 절벅거리는
이건 분명 눈물이 아닐 터,
스스로 숨결을 이룬 사랑은
저들끼리 만들고 지워져
외로운 서로를 받쳐주는 어깨가 되잖아요
기다려요
오래된 그리움에 알맞게
하얀 눈이 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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