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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것에 대한 명상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0. 3. 15. 13:40

 

 




 

   가벼운 것에 대한 명상 



                                                                      권 옥 희 



 
물소리들이 둥근 자갈돌을 돌돌 굴리며
한 세기의 사상으로 흘러간다
산그늘이 여러 번 물속에 잠겼다 떴다
좋은 것은 가볍다는 걸
작은 풀꽃들이 일러 주었으나
몇 번이고 물을 건너 적벽을 오르는 바람은
제 살을 깎지 못했다

잠시, 애기똥풀처럼 세상이 노랗다
배꼽까지 가득 채운 똥
배출구를 찾지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끙끙대며 힘을 주는 동안
무의미한 세상은 한 번 더 물 구비를 돌았다
나비 한 마리도 팔랑이며 날아갔다

또 밥을 먹을 때까지 물 위를 찰박이며
물수제비 보다 앞서가는 욕망
똥이란 이렇게 발광하며 썩나보다
아랫배에 부글부글 분노를 끓여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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