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우린 하나였다 / 2015년 임동향우회 신년하례회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5. 3. 10. 00:59

 


우린 하나였다

-재경임동향우회 신년하례회


                                                    권 옥 희



2015년 새해가 밝은지도 한참이나 지난 3월 1일.

삼일절이라 곳곳에서 태극기가 나부끼고

일제 식민지하에서 민족의 열망인 독립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을지

목숨도 두렵지 않았던 그 의지로

오늘의 우리가 발전된 나라에서

편안히 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생각해본다.

 

 

오늘은 작년에 이어

우리 임동향우회의 신년하례식이 열리는 날.

올해까지만 행사를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예전처럼 시산제 후 가든에서 윷놀이를 즐기며

신년 인사를 대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산우회의 올해 산행이 무탈하라고

아차산 초입에서 시산제를 지낸 뒤

산에 오를 사람은 정상까지 밟고

삼일절 정오에 일제히 독립만세를 외치듯

군자역 부근의 뷔페 파티대통령으로 모이는 거다.

 

 

 

 

나는 일요일이면 늦잠 자는 버릇이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산에는 가지 않았다.

시간 맞춰 신랑이 데려다 주면서

건너다 보이는 아차산을 말하길래

나는 창밖으로 올려다 보며

지금쯤 우리 고향 사람들 저 정상을 오른 뒤

부지런히 내려오고 있을 거라고 했다.

작년에도 생일이랑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는데

올해도 생일과 가까워 동생들이 생일파티 하자는 걸

다음 주에 하자고 미뤄놓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통령궁으로 들어섰다.

  

 

 

이름도 참 특이하지~

쥔장은 어떻게 뷔페 식당 이름을

"파티대통령" 이라고 지을 생각을 했을까?

어쨌든 오늘만은 내가 대통령이 된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고 괜히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들어가는 초입부터 완전 우리 임동의 날인 것처럼

수몰되기 전의 모습을 담은

옛날 우리 고향의 전시장 같았다.

어디서 이런 자료를 다 구했을까.

분명 우리 향우회 밴드 회원인 안신영 이사의

새심한 배려일 거라고 생각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정총무와 기복이 동생이 반겨준다.

 

  

우리 친구 철현이는 분명 7시 좀 넘어

오고 있나요? 하고 문자가 왔었는데

등산복은 어디 가고

근사한 개량한복을 입은 채 맞아준다.

아마도 일찍 내려와서 분장실에서 갈아입은 모양이었다.

은희도 산에 가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온다고 했는데

역시 부지런해서 벌써 와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었다.

산에 가지 않은 사람은 이곳으로 바로 와도 되지만

거의가 산에 갔다 왔는지 알록달록 등산복차림으로

아차산을 옮겨다 놓은 듯 했다.

 

 

 

방명록에 서명하고 고개를 드니

저 앞쪽에서 상걸이가 손을 들어 그쪽으로 오라고 손짓하고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는 저 위의 까마득한 선배님부터

우리 막내동생보다 더 어린 동생들까지

역대 최고로 많이 모인 행사장 뷔페 대통령은

경상도 보리문뎅이자, 안동 껑꺼이들로 시끌시끌했다.

사랑이 뭐길래가 아니라 고향이 뭐길래

우린 이렇게 향수에 그립고

매번 만날 때마다 마음이 짠해야 되는지

그건 누구도 모른다.

그냥 마음이 동하니 발길이 끌어서일까?

아니다. 보고 싶어서.

한 핏줄이 아니어도 네가 그립고 그리워서다.

가는 시간을 붙들어 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밤이라도 새울 수 있는 게 우리 만남이었다.

 




아차산 시산제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든

선배님, 후배님들 서로 반갑다고 얼싸안고

좋아죽겠다는 마음이 얼굴에 함박꽃으로 핀다.

어쩜 우린 애초에 모두 하나였는지 모르겠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안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고향이 임동이기 때문에

지금은 물에 잠겨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옛집, 옛추억을 그리는 게 같기 때문일 거다.



 

시간이 벌써 1시를 향해 가고 있다.

4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우리의 쌓인 회포를 다 풀 수 있을까?

목소리 큰 기룡이의 사회로

드디어 신년하례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역대회장님들이

향우회기를 든 철현이를 선두로

노랑모자, 분홍모자를 쓴 병연이와 명화 등

예쁜 동생들이 눌러대는 나팔소리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환호하게 했다.




  


<한번 회장은 영원한 회장>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최동섭 초대회장님의 씩씩한 모습은

진짜 우리 임동의 영원한 회장님 같다.

인사말씀도 어찌 그리 씩씩하게 하시던지

소장하고 계시던 수몰되기 전의

우리 챗거리 모습이 담긴 사진 액자를

세 개씩이나 만들어서 기증하셨다.

나처럼 고향병이 깊은 은희가 하나 갖고

두 개는 어디로 갔나?

 

 

식순에 따라 일제히 애국가를 재창하는 모습도

삼일절이라 그런지 더 숙연하다.

회장님들의 인사말이 끝나자

테이블에 꽂혀 있던 태극기로

우리는 일제히 대한민국 만세~

우리 임동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둘러보니 밴드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하던 동생들의 얼굴이 다 보였다.

아유~ 반가워라.

눈 인사가 오고가고

여기저기 같은 동기끼리 사진도 찍고

잔을 부딪히며 건배도 하고

먹고 마시는 가운데 백여 명의

우리 임동인들은 이미 하나가 되어 있었다.

 

 




알콜의 작용으로 얼굴도 볼콰해지고

배도 불러서 숨이 찰 무렵

드디어 여흥의 시간이다.

회장님이 먼저 노래를 부르시는데

나는 기쁨조로 기꺼이 나섰다.

부끄러움은 한때고

놀땐 확실하게 놀아야 되니까.

어느새 우리 기수가 맏언니가 되었지만

아무도 안 나서면 회장님들의 귀한 노래는

너무 쓸쓸해진다.

이어서 금옥이도 나오고 기락이도 나와서 힘이 생겼다

 

 

 

노래가 무르익고 분위기도 무르익자

무대 앞은 완전히 나이트를 연상했다.

노래들도 어쩜 그리 잘 부르는지

가수가 없어도 다 가수요, 그 신나는 노래에 맞춰

다들 나와서 한바탕 놀면서

산을 오르며 흘린 땀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그리고 1년 동안 웃어야 할 웃음을 다 웃었다.

춤을 추면 웃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니까.

나는 회장님들께 술 한잔씩 따라올리면서

답례로 받아마신 술로 얼굴이 달아오르고

몸도 달아오르고 흥도 달아올라서

다리 아픈 건 접어두고 계속 신이 났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계셨던 내빈석의 회장님들이

어디로 가셨는지 아무도 안 계신다.

바빠서 벌써 가셨나? 생각하고 있는데

저쪽 행사장 입구에서 나팔소리가 또 울리더니

짜짠~하고 갖가지 모습으로 가면을 쓴

가장행렬들이 들어왔다.

한번 오빠는 영원한 오빠~

송해오빠의 피켓을 든 사람은

남자임이 분명한데 누구일까?

역대회장님들은 모두 남학생교복에

모자를 꾹 놀러 썼는데

연세 드셨어도 그 모습이 멋있었다.

 

 

트위스트음악에 맞춰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한바탕 시간공간을 뛰어넘은 뒤

가면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맞추면

이불 한 채씩을 준다는 상품이 걸렸다.

앞장 서 송해 피켓 들고 들어오신 분은

우리의 영원한 오빠라고 불러달라던

김용진선배님이셨다.

다음은 저 구두 아까 노래부를 때 봤는데

누구더라 하는 사이

금옥이가 류필휴회장님이라고 했다.

그리고 초록색 반짝이에 양말차림,

난 몰라~ 하는데 금옥이가 철현이라고 귀띔해줬다.

그래서 손 번쩍 들고 김철현! 하고 외쳐서

분홍색 봄이불 상품으로 받았다.

우리 신랑 그 이불 보들보들하고 좋다고

자기만 덮고 잔다.

 

 


실제로 최근에 복근 만들었다고 사진 보여준던

섹시한 여자, 볼륨 있는 여자의 가면을 한 옥자,

그와 반대로 담배를 꼬나문 채

헤픈 여자의 모습을 한 명원이는 압권이었다.

가면을 벗으니 땀이 주르르~

ㅎㅎ~웃기기도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놀 때만큼은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

어느덧 4시가 다 되어가고

우리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회장님들 앞에 오늘 참석한 우리에게

나누어줄 선물이 일렬로 주욱 놓이고

우린 한줄로 서서 회장님들과 악수를 하며

올해 고향에서 치뤄지는 총동창 체육대회 주관기수인

53.29가 마련해준 선물을 받았다.

마지막 휘날레로 우리 은희가 부르는

나훈아의 우정~

언제 들어도 목메이고 가슴 짠한

그 노래를 끝으로 올해 재경 임동향우회 신년하례식은

시간이 짧을 만큼 아쉬운 여운을 남기고 끝났다.

 

 

이 행사 준비하면서 우리 기룡이는

천 통이 넘는 문자를 보냈다는데

답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서운해 했다.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아마도 밴드에서 계속 소통하다 보니

다 알고 있으려니~ 하고 답장하는 게 소홀했을 거다.

그래도 즐겁고 소홀함 없이 행사 진행하느라 애쓴

회장님 이하 정총무, 기룡이 고맙고

새로 산우회 회장님이 되신 해동선배님, 금옥총무도

수고 많았다고 격려해드리고 싶다.

 

 

누구나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은 있다.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은

언젠가 통일이 되어 고향을 볼 거라는 기대로 산다.

우리는 고향이 있어도 고향이 없다.

그래서 볼 때마다 더 그립고 더 애절하고

만날 때마다 옛추억, 어릴 때 얘기 뿐이다.

그래도 만나면 만날수록 좋다.

모두가 하나인 것처럼 동생 같고 언니 오빠 같다.

그렇게 부르는 게 더 정겨운 것도 사실이다.

 

 

 

이 만남, 이 여운으로도 우린 또 얼마간

그리움을 내려놓고 즐겁게 지낼 거다.

4월 26일, 춥지도 덥지도 않은 때~

고향 우리들의 모교인 임동초등학교에서

한마당 어울림이 또 있으니

그때까지 또 밴드를 뜨겁게 달구며

갖가지 이바구가 쏟아져 나오겠지.

기룡이가 버티고 있는 53/29주관기수가

어떻게 멋진 행사를 이끌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울러 좋은 봄 날씨에

아기산이 놀라 벌떡 일어날 정도로

최고로 많은 인원에, 운동장이 꽉 찬

역대 최고의 행사가 이뤄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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