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뵈러 고향 안동까지 다섯 시간을 달려왔다.
땅에서 하늘에서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스멀스멀 솟아나
움츠렸던 세상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듯
따스한 햇살에 묻어오는 바람이
내 마음의 슬픔까지 걷어낸다.
혹시나 날 못 알아보면 어쩌나~
왜 날 여기 데려다 놨냐고 원망하면 어쩌나~
마음 졸이며 찾은 요양병원 아버지 병실.
봄햇살 같은 미소로 아버진
소년의 마음이 되어 나를 반겼다.
치매라는 무서운 놈에게 정신줄을 빼앗기고
짧게 짧게 이어지는 기억 사이로
내 나이는 몰라도 이름과 맏이라는 건 알아주셨다.
이 모습이 언제까지일지
돌아서는 마음이
어린아이 혼자 놓고 가는 것마냥 짠하면서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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