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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없고 여린 것들의 밥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8. 26. 01:14

 

 

 

 

힘 없고 여린 것들의 밥

 

 

                                                                    권 옥 희

 

 

산이 높아 깊어진 계곡에는

이끼들 세상이다

 

 산이 제 몸 풀어

힘 없고 여린 것들도 밥 먹고 살라고

물바람이 날아가 닿는 곳곳마다

푸르고 푸른 물무늬를 새겼다

 

얻지 못해 괴로운 것들 둘둘 말아

쓰러진 고목에도 이끼는

새파랗게 묵은 신화를 쓴다

 

어느 조항에도 없는 의무,

힘 없고 여린 것들의 밥이 되려고 이끼는

슬픔이 터져 축축한 곳 어디든 기를 쓰고

달라붙을 수 있는 곳에 기꺼이 제 영혼을 판다

 

그래서 여름 계곡은

푸른 영혼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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