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고 여린 것들의 밥
권 옥 희
산이 높아 깊어진 계곡에는
이끼들 세상이다
산이 제 몸 풀어
힘 없고 여린 것들도 밥 먹고 살라고
물바람이 날아가 닿는 곳곳마다
푸르고 푸른 물무늬를 새겼다
얻지 못해 괴로운 것들 둘둘 말아
쓰러진 고목에도 이끼는
새파랗게 묵은 신화를 쓴다
어느 조항에도 없는 의무,
힘 없고 여린 것들의 밥이 되려고 이끼는
슬픔이 터져 축축한 곳 어디든 기를 쓰고
달라붙을 수 있는 곳에 기꺼이 제 영혼을 판다
그래서 여름 계곡은
푸른 영혼의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