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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지고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9. 9. 00:07


 

 

 

 


                                  낙엽은  지고                                

                          

                                         권 옥 희



고층빌딩 전망 좋은 방에선

아래가 없다

하늘만 있다

 

어느 날 문득 시린 하늘을 쫓아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그 아득한 유혹

열두 소리 마당의 가락들이 징징징 울리고

 세상 인연 꼭꼭 묶은 매듭을 풀며

팔 뻗으면 닿을 듯한 그 아득한 유혹  


좋은 날 하늘 푸르고 궂은 날 비 오고

마음이 빈 깡통처럼 전망 좋은 창을 흔들 때

밤배를 타고 가듯 가볍게 몸을 날렸다  


푸른 날은 짧았다

꺾일 것 같지 않던 빳빳한 모가지도

바람을 타면 순간에 꺾인다

사랑을 남기고 가는 증표도 없이

하늘이 하얘져 세상 가질 게 없다면

날자! 날개 없이도 날 수 있다면 날자!!  

나 없는 어둠 속에서 그대여

부디 아픈 기억은 잊어주길 더 이상 울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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