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 거기 있었네
권 옥 희
어떻게 태어났을까
바다 한가운데 꼿꼿이 서 있는 나무
바닷물이 내 몸을 휘감을 때도
그 나무 거기 있었고
바다가 순식간에 내 몸을 빠져나가도
그 나무 거기 있었다
꼼지락거리는 갯것들 죄다 달라붙어
죄 없이 빨아먹었을 나무의 청춘
유월 보름달이 선명할수록
까맣게 타버린 청춘이 슬퍼
죽었어도 죽지 못하는 나무
억세다고 소문난 바닷바람도
눕히지 못한 나무
소금에 절여진 뿌리는 얼마나 단단한가
끝없이 바라보았을 서쪽하늘 석양은 붉고
갯비린내 가득한 한들 뻘 한가운데 서서
들고 나는 바다를
울컥울컥 눈물로 삼켰을 나무
바람 든 듯 나
이 나무 서러운 품 안에 스며들어
쓰라린 속앓이 풀어내고 싶다.
'새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에서 별을 보다 (0) | 2012.10.02 |
---|---|
낙엽은 지고 (0) | 2012.09.09 |
힘 없고 여린 것들의 밥 (0) | 2012.08.26 |
오래된 의자 (0) | 2012.08.26 |
주문진항 (0) | 2012.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