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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어여쁜 사랑 -아직도 쓰린 상처
권 옥 희
슬픈 데도 눈물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무슨 청신호처럼 곪은 상처가 터지면 그 다음은 행복인가?
평야를 흘러가는 만경강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에 첫사랑 품은 하늘만 덩그러니 얹혀 있다
가을걷이 끝난 나락 밑둥마다 우글거리던 가난 배고픈 기억의 허기 속에서 자욱한 별똥별들의 상처가 아직도 쓰리다
네가 있어 미친듯 그리움과 분노를 사랑했고 슬픈 데도 나지 않는 눈물로 아이를 낳았고
그 상처 곪아 터질 때 기다리며 쌀이 밥이 되고 밥이 눈물이 되던, 들판에 잘 묶여진 볏단이 흰 옷 입은 백성같다
오늘은 당신도 그 안에 한 백성 슬픔에 길들여진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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