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권 옥희
매달 의무처럼
수많은 꽃을 피우고 지워도
그것이 꽃인줄 몰랐다
비 그쳐 축축한 뒷산길을
혼자 물방울을 털어내며 오르다가
문득 폐광처럼 적막한
내 자궁을 보았다
푸르른 잎을 달고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듯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느닷없이 그립다
봄가뭄처럼 말라버린 내 안에서
꽃은 더 이상 꽃이기를 포기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한 번 떠난 여자가 돌아오지 않듯
화끈대며 얼굴로 치솟는
꽃들의 흔적
방금 빗줄기 떨군 하늘 마냥
느닷없이 가슴만 먹먹하다.
출처 : 임동초등46회(임동중22회)
글쓴이 : 길동무-권옥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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