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장흥 봄나들이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6. 5. 28. 00:59




이 보다 더 좋은 봄날이 또 있을까?

덥지도 춥지도 않은 햇살과

마음에 묵은 찌꺼기 다 씻어내라고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 속에 떠나는 장흥 여울목 봄나들이~

이곳이 벌써 몇 번째인지도 모르지만

새로 핀 꽃들과 새로 만날 연두빚 새싹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는 건 여전하다.

다들 겹치는 일이 있어서인지 예전보다 많이는 못 가지만

그래도 형님들과 동생들과 친구들 삼십여 명이

함께 운동하고 함께 땀흘린 인연으로

오늘 하루 배불리 먹고 신나게 뛰어보자고

버스는 떠난다.

 

장흥 가는 길은 어디든

눈길 닿는 곳마다 무르익은 봄이 꽃가마를 탔다.

우리 동네는 꽃이 다 졌건만 산에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산벚꽃, 진달래, 산목련 그리고 산복숭아꽃, 조팝꽃이

눈이 시리고 마음이 시리도록 흐드러졌다.

 여울목 초입에 자목련이 어찌나 이쁘게 피었던지

몇 번이고 올려다 보며 눈을 맞췄다.

아이들 걱정에 일찍 돌아와야 하는

동생들 때문에 일정이 바쁘다.

때문에 피구랑 복불복게임은 생략하고

밥 먹고 나면 바로 보물찾기,

그리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다 가면 된다.

짧은 시간에 서로 노래하려고

마이크 싸움이 안 일어날려나 몰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친정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중 나온 선한 눈빛의 주인장과 진한 악수를 하고

동생들 몇몇이 상차림을 하는 동안

우리는 뒷산이 아닌 앞산 둘레길을 걸었다.

여기도 산 속이라고 군데군데 핀 복사꽃과

진달래꽃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발 밑은 수북한 낙엽으로 아직도 가을이고

머리 위엔 연초록으로 움튼 나무들이

봄을 만끽하게 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몇 구비 돌아나오는 길이

한 시간 정도는 걸리는 것 같다.

그래도 땀은 나서 머리카락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공기 실컷 마셔야지~

심호흡을 하며 걷는 동안 모두 자연인이 된 듯했다.

 

움직이면 배고프다.

둘레길 돌아나오니 여울목의 고기는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고

계곡을 가로질러 뿜어대는 분수는

물바람을 일으키며 땀을 씻어준다.

여전히 순한 상근?이는 건강하게 여울목을 지키고

다리가 짧은 깜순이? 깜비가 새로 가족이 되어

제 덩치 몇 배는 되는 상근이와

뒹굴며 노는 모습이 귀엽다.

 

뒷산에 곱게 핀 진달래를 보며

야외에서 먹는 고기는 더 맛나서

굽기 바쁘게 동이 난다.

술술 넘어가서 술이라 했던가?

고기맛이 술맛에 업혀 모두가 긴장이 풀어진다.

남편 시중들랴, 아이들 돌보랴

닫혀 있던 우리 마음 오늘 하루쯤 풀어준들 어쩌랴.

 

눈에 불을 켜고 찾아헤매던

보물찾기의 짧은 즐거움 뒤로

노래방에서의 열기가 무르익었다.

선생님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이자

아내고 엄마여서 마음에 쌓인 게 많은지

그걸 털어내느라 함께 어울려 즐겼다.

그 마음이 고맙고 예뻤다.

 

우리 회원들 치고 선생님 안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도

아마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너도 나도 선생님이 좋다고 품에 안긴다.

털털하고 남자 같은 선생님,

작품 못 외운다고 화낼 땐 무섭지만

마음은 천상 여자인 선생님.

운동하는 사람에게 운동 잘하는 것보다

더 바랄 게 무엇이 있을까?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봄 가을로 나오게 되는

여울목 나들이도 우리에겐 행복이여서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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