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2월 24일.
서울 간다고 좋아하면서 엄마 손 잡고,
처음 타 보는 기차 타고 고향 떠날 때
내가이렇게 물속에 잠겨버린
고향을 볼 줄 상상이나 했을까?
무정한 임하댐이
이렇게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물속에 가둬놓을 줄 누가 알았을까?
저기야, 저 다리 밑이
내가 살던 우리 집이었어!
내 열한 살~
가물가물한 어린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꼬투리 하나라도 찾아내려 애썼다.
안동군 임동면 중평리 새들!
여름날 하얀꽃 눈처럼 날리던
홰나무 푸른 가지가 마당을 다 덮던 집.
물 속에 잠겨 흔적없이 사라졌어도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꿈꾸는
내 마음 속의 집,
지울 수 없는 유년의 집!
그립다는 말밖에 더 말해 뭣하랴.
수몰민의 한이 서린 물길 조용하고
그리운 고향 사람들 다 모여드는 오늘
노루메기 산그림자도
행사에 한자리 끼려는지
슬금슬금 물에 잠기어
운동장 가까이 와 있다.
유안진 시인의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에 나오는
금당이재 위에 앉힌 우리 임동 초등학교.
그리고 우리 고향사람들의 터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물길 바로 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살길 막막한 터전에 웃을 일 없는
고향 사람들의 모습이 짠해진다.
천지사방 모르고 뛰놀던 동무들
다 두고 떠났던 고향,
이름만 부르면
여기저기서 뛰쳐나올 것 같은
동무들 이름 하나하나 부르며
나는 얼마나 고향 그리움에 목메었던가.
그러다가 친구들을 만나고 고향에 오고,
꿈처럼 보낸 시간을 돌아보니
어느덧 흰머리 나고 잔주름 잡힌 나이.
가버린 시간은 그리움이 되고
오늘은 또 새로운 꿈을 꾸며
정든 고향 사람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