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족들과 신나는 물놀이 - 둘째날 (이보다 더 좋을소냐)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8. 15. 03:45

다들 배부른 뒤의 나른함을 느낄 때

이 좋은 물 놔두고 잠자려고 왔냐고 해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참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아무리 즐거워도 기억은 금방 사그러지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했더니

카메라 들이댈 때마다 포즈를 취하네요.

가족들과 신나는 물놀이가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는 듯이

나는 즐겁다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막걸리 배달시키신 분!

셀카로 두 얼굴을 넣으려니 참~

앞이 보이지 않는 까닭에~

비 오기 전엔 요랬는데 말이죠~

비 오니까 파라솔도 치고~

비 온다고 이웃 방갈로에 있던 사람들 다 떠나고

텅 비어가는 계곡~

시끌벅적 놀던 아이들 모두 집에 돌아간 놀이터같습니다.

빗방울 한두방울 떨어져서 부침개 비에 젖을까봐

요렇게 바위 밑에 비를 피하게 두었는데...

운악산 신선 만세~

이런 주인들은 지금 물놀이 하느라 정신 없고~

본격적으로 비가 오네요.

바위를 적시고 물로 뛰어드는 빗방울들의 군무~

신선들도 요즘은 막걸리에 부침개를 드시는군요~

권여사, 이리 와서 막걸리 한잔 하실라우?

어디 얼마나 잡았어요?

꽃잎에 이슬처럼 맺힌 빗방울~

물고기 요거 잡아서 언제 매운탕 끓여먹어~

이렇게 깨끗한 물 요즘은 찾기 힘들어~

먼데 강원도 화천보다 여기 오길 잘했지.

신선이니 도를 닦아야지.

~ 배불러.

아우~ 자기야, 난 세상 안 부럽게 행복해~

앞에 사람은 행복, 뒤에 사람은 오슬오슬 떨려서 불행?

으~ 물속에서 먹는 막걸리의 맛~

꿀꺽, 꿀꺽, 꿀꺽~

빗물인지, 땀인지, 물방울인지

정체를 밝혀라 오버~

음, 맛있어.

뭘 그리 한입 가득 물었수?~

먹고 또 먹여주고~

비 맞을까봐 물가에 파라솔을 꽂고~

먹을 건 다 먹어야지~

물고기 잡는다고 계곡물을 다 훑어대더니

어느새 올라와 전부치고 있는 우리집 대장~

뒤집개 없어도 팬을 휙 던질 때마다

부침개가 척척 잘도 뒤집어집니다.

여자들 못잖게 멍석 깔아주니까

남자들 솜씨도 만만찮네요.

참 간사한 마음이라고~

엊그제까지만 해도 덥다고 덥다고

밤엔 잠도 오지 않는다고

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징징대더니

물속에서 비 맞아가며 덜덜 떨다가

옷 갈아입으니 상쾌한 기분 날아갈 것 같아요~

'배부른데 남은 부침개반죽으로 전을 부쳐서 언제 다 먹을라고?' 했는데

수녀님들이 데리고 와서 놀던 꽃동네 아이들 먹일려고 부친 것이었네요.

마음이 예쁘기도 하지요.

아이들 캠프로 가서 능청스럽게 '부침개 배달왔어요.'

하니까 '우린 시킨 적 없는대요.'하더래요.

그래놓곤 수녀님들이 셋이나 되어서

꼬시기 작전 실패했다나 어쨌다나~

어때요? 개운하죠~

비도 그치고 물놀이도 끝나고

옷갈아입고 물가에 서니

선녀가 하강한 것 같군요~히히, 자화자찬

토종닭볶음탕이 끓고 있습니다.

양파도 넣구요, 매콤한 청양고추도 넣구요~

확실한 요리사 박서방,

우리 식구 거둬먹이느라 정신없습니다.

색시가 예쁘면 처가집 말뚝보고도 절한다는데

다해줄 테니 무엇이든 먹고 싶은 거 있음 말하랍니다.

오우~ 마지막으로 파 마늘 넣고

한소큼 끓이기만 하면...

음~ 이 구수하고 얼큰하고 맛난냄새~

자~ 맛있고 영양 많은 닭볶음탕이 완성됐어요.

먹고 싶은 사람들 여기여기 붙으세요.

 

우린 이 닭볶음탕을 정신없이 먹고

또 밤에는 출출해서 쪽갈비를 구워먹었답니다.

오늘밤도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소리도 숨을 죽였는데 선선한 방갈로에서

죽어라, 살아라, 팔아라 하는 소리만

밤이 이슥토록 캄캄한 계곡을 울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