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배부른 뒤의 나른함을 느낄 때
이 좋은 물 놔두고 잠자려고 왔냐고 해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참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아무리 즐거워도 기억은 금방 사그러지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했더니
카메라 들이댈 때마다 포즈를 취하네요.
가족들과 신나는 물놀이가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는 듯이
나는 즐겁다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막걸리 배달시키신 분!
셀카로 두 얼굴을 넣으려니 참~
앞이 보이지 않는 까닭에~
비 오기 전엔 요랬는데 말이죠~
비 오니까 파라솔도 치고~
비 온다고 이웃 방갈로에 있던 사람들 다 떠나고
텅 비어가는 계곡~
시끌벅적 놀던 아이들 모두 집에 돌아간 놀이터같습니다.
빗방울 한두방울 떨어져서 부침개 비에 젖을까봐
요렇게 바위 밑에 비를 피하게 두었는데...
운악산 신선 만세~
이런 주인들은 지금 물놀이 하느라 정신 없고~
본격적으로 비가 오네요.
바위를 적시고 물로 뛰어드는 빗방울들의 군무~
신선들도 요즘은 막걸리에 부침개를 드시는군요~
권여사, 이리 와서 막걸리 한잔 하실라우?
어디 얼마나 잡았어요?
꽃잎에 이슬처럼 맺힌 빗방울~
물고기 요거 잡아서 언제 매운탕 끓여먹어~
이렇게 깨끗한 물 요즘은 찾기 힘들어~
먼데 강원도 화천보다 여기 오길 잘했지.
신선이니 도를 닦아야지.
아~ 배불러.
아우~ 자기야, 난 세상 안 부럽게 행복해~
앞에 사람은 행복, 뒤에 사람은 오슬오슬 떨려서 불행?
으~ 물속에서 먹는 막걸리의 맛~
꿀꺽, 꿀꺽, 꿀꺽~
빗물인지, 땀인지, 물방울인지
정체를 밝혀라 오버~
음, 맛있어.
뭘 그리 한입 가득 물었수?~
먹고 또 먹여주고~
비 맞을까봐 물가에 파라솔을 꽂고~
먹을 건 다 먹어야지~
물고기 잡는다고 계곡물을 다 훑어대더니
어느새 올라와 전부치고 있는 우리집 대장~
뒤집개 없어도 팬을 휙 던질 때마다
부침개가 척척 잘도 뒤집어집니다.
여자들 못잖게 멍석 깔아주니까
남자들 솜씨도 만만찮네요.
참 간사한 마음이라고~
엊그제까지만 해도 덥다고 덥다고
밤엔 잠도 오지 않는다고
나 좀 어떻게 해달라고 징징대더니
물속에서 비 맞아가며 덜덜 떨다가
옷 갈아입으니 상쾌한 기분 날아갈 것 같아요~
'배부른데 남은 부침개반죽으로 전을 부쳐서 언제 다 먹을라고?' 했는데
수녀님들이 데리고 와서 놀던 꽃동네 아이들 먹일려고 부친 것이었네요.
마음이 예쁘기도 하지요.
아이들 캠프로 가서 능청스럽게 '부침개 배달왔어요.'
하니까 '우린 시킨 적 없는대요.'하더래요.
그래놓곤 수녀님들이 셋이나 되어서
꼬시기 작전 실패했다나 어쨌다나~
어때요? 개운하죠~
비도 그치고 물놀이도 끝나고
옷갈아입고 물가에 서니
선녀가 하강한 것 같군요~히히, 자화자찬
토종닭볶음탕이 끓고 있습니다.
양파도 넣구요, 매콤한 청양고추도 넣구요~
확실한 요리사 박서방,
우리 식구 거둬먹이느라 정신없습니다.
색시가 예쁘면 처가집 말뚝보고도 절한다는데
다해줄 테니 무엇이든 먹고 싶은 거 있음 말하랍니다.
오우~ 마지막으로 파 마늘 넣고
한소큼 끓이기만 하면...
음~ 이 구수하고 얼큰하고 맛난냄새~
자~ 맛있고 영양 많은 닭볶음탕이 완성됐어요.
먹고 싶은 사람들 여기여기 붙으세요.
우린 이 닭볶음탕을 정신없이 먹고
또 밤에는 출출해서 쪽갈비를 구워먹었답니다.
오늘밤도 별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소리도 숨을 죽였는데 선선한 방갈로에서
죽어라, 살아라, 팔아라 하는 소리만
밤이 이슥토록 캄캄한 계곡을 울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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