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족들과 신나는 물놀이 - 첫날 (무릉도원)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8. 15. 03:00

 

보름달 둘이 운악산 앞

개청천에 떴다.

지금부터 하이트 광고 들어갑니다~

배부른 뒤에도 갈증을 식혀주는 시원한 맥주

그 이름은 하이트~

여기도 화이트광고 찍는 중~

물속에서는 화이트가 최고랑께요~

진짜 하이트가 최고에요~

 

난 얼굴이 보름달 아니라 배가 보름달이네요~

숨 좀 들이쉴 걸 흡~

아이구, 시원혀~

세상 시름 다 잊고

이 순간만큼은 신선이 따로 없다~

그래도 하이트는 꽉 잡고...

계곡에서는 하이트~

맑은 물로 만든 하이트~

물속에 담근 마음 벌처럼 톡 쏘는 하이트~

하이트 한번 마셔보실라우? 

누워서 안 되면 앉아서도~

사실은 캔맥주 안에 물이 들어갈까봐

계속 들고 있는 건데... 

헤헤~ 속았죠?

하이트와 함께 하는 신선놀음~

왜? 여긴 무릉도원이니까~

자~ 서로 눈치봐가며 셋~

다 걸렸다!

맥주 안주 하려고 포도알 대령이오~

물속에 몸을 담그고 하는 손가락게임의 백미~

엄지 손가락 두개로 사람의 수 만큼 안에서

자신이 부르는 숫자가 나오면

벌칙으로 물도 끼얹고

맥주도 통째로 들이붓습니다.

삼육구, 묵찌빠, 디비디비딥은 자신 있는데

이 게임에는 익숙하지 않은 신참이라서

맥주 꽤 많이 마셔야 했습니다.

완전히 익힐 때까지

하고 또 하고~

자~ 이제 게임 끝, 보트 타러 갑시다~

자~ 뒤집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올라타봐요~

물에 빠지지 않게 살살 밀어~

아, 걱정 하덜 말어~

그러나 앞으로 뒤집어지고, 뒤로 뒤집어지고

아이고~ 헥헥~

물 먹는 건 물놀이의 기본인데...

어이, 박서방! 힘 뒀다 어따 써~

꽉 좀 잡아주지!

헤헤~ 그래서 난 튜브 안 타고

요렇게 사진 찍는 포즈만...

가만히 있지 말고 물고기 좀 몰아봐~

우린 죄 없어요~

살려주세요. 엉엉~

웬만하면 놓아주죠~

 

손에 잡힌 피라미의 감촉~

그냥 물커덩? 아님 미끄덩?

손과 손을 거치는 사이 잽싸게 도망갔다는 속보~

그렇게 쑤셔도 재빠른놈은

이미 저 바위 밑에 꽁꽁 숨어 나올 생각을 않네요.

그냥 무릉도원입니다~

아직 다 자라지도 못한

이 작은 피라미가 가엾어서

그냥 놓아주었습니다.

 

흐르는 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 이 물에서 몸을 씻으며 샴푸를 풀어대는 사람도 없고

음식물찌꺼기를 버리는 사람도 없습니다.

강에는 녹조가 끼어 식수에 비상이 걸렸었지만

이곳의 물은 속바닥까지 훤히 드러내며 유유히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