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족들과 신나는 물놀이 - 셋째날 (다시 한번 풍덩)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8. 15. 04:58

아침 잘 먹고 떠나기 전에

또 한번 물놀이를 위해 풍덩~

고기를 많이 잡아야 매운탕을 끓일 텐데~

피라미들이 담배냄새에 취해 기절하겠다.

그대는 혼자 물놀이 삼매경~

아무도 없는 개청천 전세냈네요~

비 그친 뒤에 물속에 누워서 보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지요.

그럼 엎어져서 보는 물속은 어떤가요?

물놀이 뒤에 먹는 숯불삼겹살구이

아주 그냥 죽여줘요~

지글지글 운악산 산신령도 군침 흘리도록

노릇노릇 익어가는 저 삼겹살구이에

군침 안 도는 사람 있으면 나와봐~

술이 술술 넘어가듯 고기맛을 느끼기도 전에

우물우물 냠냠 잘도 먹어서

고기가 익기 바쁘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얼큰한 김치찌개가 동이 나도록

아침밥 배불리 먹은지가 조금전이건만

모두 배가 남산이 되도록 젓가락 놓을 생각들이 없네요~

입가심 오이가 그렇게도 맛있나요?

으하하하~ 배는 불뚝~

오이 하나 먹는데도 저렇듯 심오한 표정이~

배부름의 행복은 바로 이런 것~

 

몸에 좋은 마늘도 먹기 좋게 익었네요.

누구 젓가락이 가장 먼저 달려갈까?

삼겹살의 느끼함을 상큼한 오이로 달래는

시누이와 올케~

누가 시~자만 들어도 경기난다 했나요.

이 순간만큼은 둘도 없이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으잉? 우리 막내는 오이도 변강쇠?

통째로 큰 오이 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이럴때 예쁜 색시가 있음 얼마나 좋아~

그럼 나는 예쁘게 먹어야지~

앙~

삼겹살은 삼겹살이구요.

이 맛있게 지어진 냄비밥 안 먹으면

밥심으로 사는 한국사람 아니지요.

열심히 반도로 바위 밑을 쑤셔댄 덕분에

꺽지며 피라미, 기름종개까지 잡아서

기어이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이걸 다 먹냐구요?

두고 보세요. 먹는데는 끝이 없으니까요~

이번 물놀이 여행의 요리사~

박서방의 매운탕맛은 죽여줬습니다.

신랑도 한 그릇 받았네요.

맛이 어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겠네요~

 

맛난 것을 앞에둔 행복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저기 꺽지 보이죠?

거짓말 아니라니까요~

보기에도 얼큰하고 먹음직스럽네요.

아니~ 또?

숯불에 구워져 뜨거운 옥수수에

목숨을 걸고~

오늘만 살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이 먹는 건 아닌지~

소화제 준비돼 있다고 너무 믿지 마세요~

엥~ 여기도~  

얼마전 갑상선 수술을 받은 올케는 아직 환자여서

무엇이든 많이 먹고 힘을 내야 합니다.

으매~ 땀을 죽~ 흘려가며

매운탕 한 그릇 먹었더니

세상이 다 내 것이네~

나도 빠질 수 없어 옥수수 하나 물고~

몸무게 50키로대에 접어들면

떡 하겠다고 우리 에어로빅팀하고 약속했는데

60.5키로에서 왔다갔다 하더니

이젠 완전히 물건너 가는 게 아닌지

흑흑~ 그래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어~

신랑 모자도 이럴땐 그럴듯한 패션~

사람 좋아보이는 노송캠프 쥔장~

불편한 것 없이 잘 묵었냐고, 즐거웠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우리 신랑 이제 아무 생각 없습니다~

바위 위에 누군가 벗어놓고 간 가디건 빨아서 말리더니

아주 잘 어울리네요.

왜? 복잡미묘한 표정이~

꿈 같은 시간 보내고

다시 전쟁터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벌써부터 걱정되남유~

배부름과 함께 오는 나른함의 극치~

아! 어떻게 소화시켜야하지?

많이 먹었다는 증거는 오동통한 얼굴이 말해줍니다~

설거지까지 다 끝내고

먹을 것도 다 먹고 이제 떠날 일만 남았는데

그래도 뭔가 아쉽습니다.

몇며칠의 폭염 속에서 헉헉거리다가

이 좋은 물, 이 시원함,

그냥 두고 가기가 아깝네요~

물에 퉁퉁 불은 발도

사흘 동안 시원함의 극치를 맛보았을 것입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은

말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보여주지요. 

기어이 비 오는 밤의 복수전을 또 벌이고...

이 팀들은 잠도 없습니다.

잠 좀 자자~ 아무리 말해도

피곤한 첫날, 비 오는 둘째날도

죽어라, 살아라, 팔아라 하면서

이렇게 붙어있었다니까요.

신랑~ 내 지갑에서 꺼내간 이만원은 왜 안 돌려주는데~

우리 막내 옷갈아입은 걸 보니

이젠 정말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할 것 같군요.

내가 봐도 올 때보다 화장도 잘받고

더 예뻐진 것 같네요.

우리 신랑도 마찬가지~

얼굴이 번들번들~

다리미로 다려놓은 듯 말끔하네요.

개청천아, 안녕~

내년에 또 올게~

사랑의 마음 한가득 안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면 더 좋은 곳 많이많이 다닐 테니

부디 아프지 말자구~

매일매일 애틋한 이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당신과 나, 좁혀진 거리만큼

더욱 따뜻함이 서로에게 스며들기를...

우리 막내에게도 머잖아 좋은 짝이 나타나서

솔로의 외로움이 벗겨지기를...

이렇게 서니 내가 연인같잖아~

가족이지만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또 멀리 떨어져 있어 함께 할 수 없음에 마음 아프기도 합니다.

일년에 한번 이런 나들이도 없으면 사는 게 너무 팍팍할 것 같아

억지로 휴기시간을 맞춰 꿈같이 달콤한 마음의 호사를 누렸습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야 아무때나 떠날 수 있는 게 여행이지만

바쁘게 사는 사람에겐

이렇게 어렵게 맞추어서 가질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한없이 감사하고 가족 모두에게 고마운 일입니다.

가평군에 있는 꽃동네마을앞 노송캠프에서 가진

2박3일의 알찬 여름사냥 물놀이는

이제 추억속에 묻혀

우리 가족들 만날 때마다

그 순간을 그리는 청량제가 되고 그리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