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가서 절친을 만났다.
부처님이 되었든 내 사랑하는 친구가 되었든
마음 숙연하면서도 부처님 은공을 받은 것 같아
드린 것 없어 부끄러웠다.
일년 365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헉헉대며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인 걸
알면서도 욕심부리고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해
하루가 벅찼다.
그러나 모든 걸 내려놓은 오늘 하루만은 행복했고 즐거웠다.
석가모니불의 온화한 미소에,
친구들의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환한 미소에.
부처님이 내린 공양 한 그릇을 그 어떤 만찬 보다 소중히 받아들고
녹음 우거진 그늘 아래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먹는 맛은
다시는 내 생애 볼 수 없는 맛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