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온도
권 옥 희
사랑이 많아 무엇이든 다 담아낼
하늘 밑 첫 동네는
비에도 온도가 있다
바람이 가꾼 꽃을 적시고
그리움이 키운 나무를 적시고
산의 심장을 돌아나온 비의 온도가
하늘 문전에 닿은
내 심장에 머물 때
내가 그랬던가?
쓸쓸하다거나 -
외롭다거나 -
혹은 그립다고 -
꿈꾸는 일탈처럼 접어놓은 일들을
푸름 한 다발로 묶고
말없이 가슴만 덮는 빗줄기가
자꾸자꾸 길어진다
어쩜 내일은 물안개 내린 곰배령에
들꽃 한 송이 더 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