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꽃게랑 장어랑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1. 7. 29. 12:37

습하고 무더운 여름.

기운 잃고 헥헥거리기 일쑤이다 보면 무슨 일이든 짜증부터 납니다.

그래서 먹어야 합니다.

몸에 좋다는 보양식이 왜 필요하게요.

힘이 솟으면 화낼 일도 웃으며 허허허 넘어가니까요.

엄마한테 갔다가 우리 부부 장어로 몸보신 좀 하려고 했는데

동생이 걸려서 함께 먹자고 전화했더니

애들과 색시는 다들 밖에 나가 있고 혼자 저녁상 차리고 있다네요.

그래서 우리끼리 먹기 뭐해서 부랴부랴 포장을 해 갔더니

전날 낚시 갔다 왔다면서 매운탕에다가

자연산 우럭으로 회 떠 놓고 꽃게까지 삶아놓았네요.

이게 웬 횡재?

그러니까 형제끼리도 자주자주 전화를 해봐야 해요.

저녁상이 푸짐하게 차려졌네요.

먹고 또 먹고

뱃살만 잔뜩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 든든한 뱃살로 또 며칠간은

 힘들이지 않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그득한 음식, 무엇부터 먹을까요?

 

자연산 앞에 이 맛난 장어가 힘을 잃었습니다.

 

꽃게에 먼저 손이 가네요.

 

누나, 골대표 특제쌈이니까 한번 먹어보더라고~

 

야~ 내가 싼 쌈이 더 푸짐하다.

 

네 것은 네가 먹고 내 것은 내가 먹고~

입 있는대로 크게 벌리고 앙~

이게 다 들어갈려나!

동상~너 절대로 나 이거 먹을 때 웃기면 안된대이.

파편 세례 안 받으려면 다 씹을 동안 조용히 해~

 

아, 그래서 이렇게 조용히 먹고 있잖여~

 

누야, 이것도 먹을겨?

아니, 너나 먹어!

 

우리 신랑은 누가 뭘 먹는지도 모르고

먹는 데만 열중합니다.

운전 때문에 이 좋은 안주 앞에 두고

술도 한잔 못하니까요.

 

              

안 먹으면 말어.

얼마나 맛있게 쌌는데...

소주 한 잔이, 아니 두잔, 석잔, 넉잔

그냥 술술 잘도 넘어갑니다.

그래서 집안에 느는 건 빈 소주병밖에 없다네요.

그렇다고 아무때고 마시는 게 아니라

이렇게 특별하고도 맛난 안주가 있을 때만요.

 

덕분에 저도 몇잔 술에

얼굴이 발그레 홍조를 띄었습니다.

이 배부름의 행복은 모든 걱정을 떨쳐내고

그냥 웃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