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청송 아버지의 나라에서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1. 6. 6. 22:34

현충일 연휴를 맞아 일찍 혼자만의 세상을 찾아 깊은 산골 꼭꼭 숨어살던

 청송 아버지의 나라에 갔습니다.

아픈 몸으로 돌봐주는 사람 없이 외롭게 지낼 그 마음이 너무나 아파

나중에 당신 이 세상 떠났을 때

내 마음 덜 아프려고 신랑과 동생과 함께 여섯 시간을 달려갔습니다.

무릎뼈도 하나 푹 고아서 뽀얀 국물 우려내고

이것저것 밑반찬 준비해서 가는 길은

자식으로서, 딸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

아픈 아버지 보다 내 가 더 아픕니다.

너도 자식 키워봤으니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외로움인지 알게 될 거라며

내 속을 후벼파시더니 간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해놓고도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나 봅니다.

동생은 엄마가 우릴 키웠지, 아버지가 키웠나~하지만

그래도 아버지 없는 자식이 어디 있나요.

젊어 좋은 시절 다른 곳에서 다 보내면서

엄마와 자식들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쳐놓고도 

늙고 병들면 찾을 곳이 자식밖에 없는 우리 아버지,

 저 구부정한 어깨며 향암제 투여 부작용으로 퉁퉁 부운 얼굴이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표본 같습니다.

미움 박혀 돌아보고 싶지 않은 세월이지만

그 세월 속에 아버지로서 우릴 사랑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그냥 무서웠고 어렵고 우릴 버렸다는 아픔밖에 없지만

그래도 얼마남지 않은 저 얼굴을, 저 못난 사람의 생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아이구 야야~오지 말랬는데 힘든데 뭐하러 왔노!

하면서도 좋은 기분인가 봅니다.

저 굽은 어깨를 평생 볼 수 없었던 아버지,

외로움에 찌든 아버지,

돌이킬 수 없는 옛날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자업자득인 당신의 생을 후회하기는 할까요?

 

 

텃밭에서 뜯은 상추로 한가득 쌈을 싸서 입에 넣어준 순간

한번 찍어봐라 하면서

딸 키워봐야 소용없다가 아니라

그래도 우리 큰 딸밖에 없다는 표정입니다.

 

 

국물 싫어하는 동생은 이걸 어떻게 다 먹냐며 엄살입니다.

뼈국물 한 그릇에,

소주 한잔에,

커피 한잔까지

그래도 다 먹어둬~ 뼈가 되고 살이 될 테니까.

 

 

늘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어놓고 지낸 것 같았는데

이렇게 찾아뵈니 상상했던 것 보다는 아픈 상태가 덜 해서 안심이고

아버지 덕분에 내가 잘 먹었다는 표정입니다.

 

 

나도 그런디~

 

 

처남, 운전하면서 내려올 때도 힘들었지만

올라갈려면 더 힘들 텐데 많이 먹어둬~

 

 

엄마는 요양원에 누워계시고

아버지는 이렇게 먼 곳에 떨어져 혼자 지내면서 아프시고

돌아가실 때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래도록 맺혔던 미움이 열려

아버지로 받아들인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웃고 있어도 저 마음 속은 지금 울고 있습니다.

 

 

내려오면서 휴게소에서 가락국수 한그릇으로 아침은 떼웠지만

늦은 점심상을 부지런히 차려서 먹을 때는 좋았는데

배부름의 나태함은 다 먹은 뒷설거지가 걱정입니다.

그래서 낸 꾀~

우리 가위 바위 보 해서 지는 사람이 설거지하자구요.

국물 끓이느라 이틀밤을 새다시피한 것을 아는 신랑이 그러자고 하대요.

그래서 가위 바위 보!

나와 동생은 보자기 신랑은 주먹

그래서 신랑이 설거지 담당입니다.

에이~남매끼리 짰지?

그러면서도 두말 않고 수돗가로 가서 설거지 준비 중입니다.

 

 

흐흐흐~ 설거지 안 하고 마시는 커피맛이 왜 이렇게 좋대~

매형, 미안허요.

 

 

밖에 나오면 설거지도 잘하네요.

기름기 없이 빡빡 문질러서 잘 닦아요~

아, 얼른 빈 그릇이나 가져와!

 

 

어디로 소풍나온 것 같네요.

서방님~이 그릇들 다 치우려면 힘들 텐데요. 

 

 

텃밭에 심어진 쪽파며,

 

 

아직은 여린 고추들,

아버지가 이 여린 모종들을 돌보면서

쑥쑥 자라 열매 맺게 해주면

아픈 것도 싹 거둬질려나~ 

 

 

우리가 사가지고 간 상추는 냉장고 신세를 지고

이 야생의 싱싱하고 쌉사름한 상추로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자~ 먹은 것도 소화시킬겸 낚시하러 가볼까?

 

 

어머~폼은 그럴듯하네요.

 

 

이 물은 흘러서 어디로 갈까요?

청송은 물론 영양까지

상수원인 이곳의 물은 1급수랍니다.

 

 

와~송사리다!

아직은 어린 송사리떼가 발 밑을 간지릅니다.

 

 

물 위에 어리는 그림자.

속까지 훤히 비칠 것 같지만 속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도 가릴 것은 가려야 하니까요.

 

 

물고기 많이 잡아서 매운탕 끓여준다고 했는데

서방니~임 한 마리 낚았어요?

 

 

 

원래 물고기는 흐르는 물 보다 보처럼 깊이 있는 곳에 있다며

낚싯대 던질 줄도 몰랐는데 금방 전수 받더니

계속 휙휙 던져대네요.

그러다 옆에 있는 꼬마 낚는 건 아닐지 은근 걱정~

 

 

물고기들에게 인심 좋은 표정~

1급수라서 물고기들이 다 숨었나 보네~

 

 

물고기 사냥은 틀렸으니 그럼 다슬기라도 잡아볼까?

 

 

물 속에 뭐가 보여?

당신 불룩한 배가 보이지 뭐가 보여~

 

 

가만~ 그 놈이 그 놈 같고 돌멩이인지 다슬기인지...

들고 있는 낚싯대가 이제는 거추장스럽습니다.

 

 

잡았다!

뭔데~

 

 

그래서 이제 낚시는 포기하고

다슬기를 줍기로 했습니다.

지렁이 기어가듯 모래 위를 기어간 자국 옆에는

어김없이 씨알 굵은 다슬기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것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보호색을 하고 있어

돌멩이 몇 개 헛짚어야 내 손에 한 마리 잡히곤 했습니다.

이런 손에 잡힌 다슬기는 되게 운도 없지요.

 

 

파랗게 우러난 국물은 몸에 좋다고 해서 후루룩 마시고

이쑤시개로 해서 알맹이를 빼 먹는데

아무 생각 없이 참 태평한 포즈네요.

 

 

그런데 알맹이가 왜 이렇게 안 빠져?

다슬기 알맹이의 쌉싸름한 맛을 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이미자 - 기러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