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마음으로 오는 시

희끗한 그림자가 / 전동균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1. 3. 30. 13:30

 

 

희끗한 그림자가

                                            전 동 균

 

한밤중에창문 덜컹대는 소리가

들렸다 강풍이 부는지 아니면

세찬 빗줄기라도 쏟아지는지

손전등을 들고 나갔더니

반쯤 열린 창문 옆에 희끗한

그림자가 보였다 사라졌다

아무래도 엊저녁 술이 덜 깬

모양이군. 일부러 창문을

꽝 닫고 돌아섰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불 꺼진 아이들 방을 기웃대다가

딴전을 피우듯 부엌에서

찬물을 끓이기도 하다가

내 곁에 와 서 있는 수염 까칠한

적막의 손을 잡고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모두들

잘 지냅니다 별 탈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