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끗한 그림자가
전 동 균
한밤중에창문 덜컹대는 소리가
들렸다 강풍이 부는지 아니면
세찬 빗줄기라도 쏟아지는지
손전등을 들고 나갔더니
반쯤 열린 창문 옆에 희끗한
그림자가 보였다 사라졌다
아무래도 엊저녁 술이 덜 깬
모양이군. 일부러 창문을
꽝 닫고 돌아섰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불 꺼진 아이들 방을 기웃대다가
딴전을 피우듯 부엌에서
찬물을 끓이기도 하다가
내 곁에 와 서 있는 수염 까칠한
적막의 손을 잡고
기도하듯 중얼거렸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모두들
잘 지냅니다 별 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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