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마음으로 오는 시

[스크랩] 저무는 해에 기대어.. 권옥희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1. 1. 1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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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산다

달력을 쳐다볼 때마다 으르렁대던 말

그 말 때문에

 나는 늘 죽어 지냈다

나를 지켜보는 세상이 두려워

두껍게 껴입은 가슴 들치며

나를 닮은 낮은 하늘 어디쯤에서

꽉 찬 해가 기울고 있는지

 

  그 반은 나도 또한 기울어

울지도 못하고-

후회도 못하고-

좁은 화분의 꾸부정한 무화과처럼

두텁도록 얼굴 시달리다가

용케도 삭아준 쓴 맛들이여

아직도 여분이 남아

겨울도 깊은 이 저물녘

비로소 받아들이는 그 말

버려야 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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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해에 기대어..   권옥희

 

 

 

출처 : ♥♡ 그리운 추억하나....♡♥
글쓴이 : 별당아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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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2월도 다 갑니다.

두툼했던 달력 속의 날들을 숨가쁘게 뜯어냈습니다. 

이제 한 장 남은 달력 속에서

얼마남지 않은 날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합니다.

올해도 과연 잘 살았는지

저무는 해에 기대어 또다시 그리움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