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장흥 여울목에서/가을과 함께 뛰다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5. 10. 10. 11:00

 

 

 

다시 가을이다.

굳이 가을을 사라고 권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을의 품안에 들어와 있고

가을을 탄다.

외롭다거나 그립다거나 하는 것에

내가 묶이지 않으려면

가을과 함께 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언제나처럼 장흥 여울목~

산도 타고 고기도 먹고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우리 에어로빅 나들이 장소로는

이곳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아침 아홉시, 38명의 예쁜이들을 태운 버스는

순식간에 강을 건너자마자

여울목 마당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익숙한 모습의 주인장과

커다란 강아지 두 마리~

너무 커서 무서운데 꼬리 흔들며

손님을 맞듯 반갑게 엉긴다.

 

아직은 여름의 끝이라고 단풍이 내려앉기는 일러서

푸름이 가득한 산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으로

우리에게 등성이를 내어준다.

뒷동산도 산이라고 오르기에 힘이 든다.

썩은 나뭇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오르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꼴찌네.

 

첫 번째 왔을 때 큰 개 상근이가 안내한 길로

선생님이 중간학교 했듯이 우리도 옆길로 샜다.

그러다 보니 다시 앞서간 동생들과 합류하게 되고

갖은 폼으로 사진도 찍으며 여울목에 도착하니

남아 있던 정미와 인선이, 그리고 주인장이

숯불에 고기를 지글지글 맛있게 굽고 있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배가 고팠던지

다들 니 정신인지 내 정신인지 모르게

젓가락질 하기 바쁘고, 고기 굽기 바쁘게 동이 났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그 때서야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술잔이 오고가고, 웃음도 오고가고

나들이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이렇게 먹고 마시며 짐 지고 있던 모든 것을

다 비운 하루를 즐기는 것~

 

배도 불렀겠다.

자~ 오늘의 하일라이트 게임이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피구와 발목묶어 달리기

그리고 보너스로 이어달리기

다시 기회 없는 단판이다

복불복으로 잘 걸리면 소금물

잘못 걸리면 소주 탄 물

난 소금 탄 물 마셨다^^

그런데 피구하다 엎어져 이 나이에

무릎깨지기는 또 처음이다.

그래도 열심히 뛴 덕분에 우리팀 우승!

상품 받고 좋아서 와 이리 좋노~가 절로 나왔다.

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지.

보물찾기는 나와 인연이 없어

겨우 하나 찾았다는 게 다음 기회다~ 힝

 

노래방에서의 즐거움은 말해 뭣할까.

기계가 좋지 않아도 흥으로 놀지 뭐~

노래방 모니터에 세종대왕님이 수두룩 붙여지고

디스코타임에 우승하면 에어로빅수강권을 쏜다고 했더니

우리 명자랑 정희가 결승전 답게 죽기살기로 흔든다.

이렇게 잘 노는 걸 그 동안 멍석을 잘못 깔아줬네.

그래 누구를 떨어뜨릴 수 없어 기분 좋게 둘다 우승이다~^^

 

순식간에 하루 해가 서산에 가까워지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그마저도 아쉬워서 차를 세워놓고

차 안에서 노는 즐거움은 배가 됐다.

선생님과 함께 한지 어느덧 5년

봄 가을로 이런 재미도 없다면 너무 답답하겠지.

이렇게 한번씩 망가지기도 하면서

오해가 있으면 풀기도 하면서

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이 싸한 추억으로도

또 열심히 운동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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