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동무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5. 5. 27. 00:24



●내가사랑하는 우리 말     


동무


                                                  권 옥 희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우리 어릴 때는

친구를 부를 때 동무라는 말을 참 많이 썼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친구라는 말 보다

동무라는 말을 쓰기를 더 좋아한다.

인터넷 카페에서 이름 대신 쓰는 것도 '길동무'이다.

동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외롭고 힘든 길도 함께 가는 길동무.

지금처럼 너와 나 뿐인 경쟁사회에서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 등토닥이며

나란히 인생을 함께 갈 길동무가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동무야, 놀~자!

얼마나 정겨운 말인가?

수많은 세월이 흘러가고 이미 아스라한 기억의 저 편에서

그리움이 되어 있어도

내 어릴적 동무는 죽을 때까지 동무이다.

불도저가 맨들맨들하게 닦아 놓은 신작로를

어른들 들에 가서 아무도 없을 집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동무들과 냅다 뛰면

책보따리 속에서 몽당연필 댕강거리던 양철필통소리의 화음.

길가 동무네 밭에서 무 하나 쑥 뽑아 입으로 돌려가며

흙 묻은 껍데기 벗기고 연초록색 윗부분 한 입 베어물 때

알싸했던 그 맛 같은 게 동무이다.


 이제 그 동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함께 어울려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벼락치기, 말뚝박기 하던

열두어 살 적의 동무가 되는 꿈을 꾼다.

뚱뚱하든 홀쭉하든 머리가 벗겨졌든 허옇든

잘 살건 못 살건 옛동무는 보고 또 봐도 정겹다.

남자도 여자도 없다. 늙수구레 해도 그냥 동무들이다.


 오징어를 씹듯 옛날의 추억을 씹으면

씹어도 씹어도 질리지 않고 달달한 정이 베어 나오는

나는 그 때 그 동무들이 좋다.

느닷없이 사는 게 무의미하다 느껴질 때

마음 속에 스며드는 물결처럼 동무의 이름을 불러 본다.

동무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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