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책, 저기도 책
책에 묻혀 살 수 없어
오래도록 끌어안고 있던 자식 같은 책들을
눈물을 머금고 고물상으로 보냈다.
책 속에 들어 있던 그 많은 사연과 추억들이
언젠간 나를 찾아와 괜히 버렸다고
후회하게 되겠지만
단행본과 시집들만으로 채운 깔끔해진 책꽂이를 보니
보기만 해도 배불러서
절대로 버릴 수 없다고 버텼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새 책을 받았을 때의 설레임~
그 안에 든 까만 활자 속에 작가의 감정까지
엿듣고 캐내면서 20년을 함께했던 분신들을
보내고 나서 그런가
마음 한쪽이 휑하면서
바람 한줄기 지나간 듯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