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야기

내 고향 뜨락 / 남시학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1. 9. 11. 04:06

 

 

- 중평리의 유일한 레스토랑 <뜨락> -

 

 

뜨락의 봄은 언제 오는가?
보도 블럭에 무성한 잡초만
초현대식 건물을 지켜줄뿐
하루종일 손님하나 찾아 들지 않는
상권이 죽어버린 새임동의 신단지 새중평
화사한 꽃 속에 커피,라이스,호프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유혹하지만
페허에 서린 회포를 아무도 풀어줄 사람이 없네
뜨락의 봄~
새임동 중평리에
뜨락의 봄은 언제 오려나

 

 

 

 

 

 

 

 

 

 

 

크리스마스,중평리(中坪里)


중평(中坪)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메리크리스마스에도
12월의 다섯 번째 오일장이 선다.
자신들의 생일이
언제 지나간 지도 모르게 바쁜 장사꾼들은
귀동냥으로 오늘이
그가 사랑한 인간들의 손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먼나라 어른의
귀빠진 날이란 정도는 알고 있으나,
하필이면 장꾼들 생일인 장날에 태어나
큰 장을 망칠 일이 뭐가 있는지
그 양반 생일 하나는 참
더럽게 타고났다고 투덜거린다
그러나 유식한분들 들으면
뺨맞을 소리도 잠깐
그나마 모인사람끼리
팔자 좋은 캐럴과 종소리를 비집고
걸쭉한 욕지거리와 흉정을 하노라면
무엄한 불평들도 금새 잊혀지고
서로가 속이나 아무도 밑지지 않는
그들만의 정다운 은총으로
중평의 크리스마스는 저물어 간다.

 

 

 

 

 

-감상 Note-

 

수몰 전 챗거리 장 이라고 하는 5일 장이 크게 섰던 중평리

소시민적 사람들은 예수님이 탄생하신 크리스마스의 축일보단 

장날의 생업에 더 바쁘게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와 챗거리 장날을 오버랩시켜

수몰전 유년의 중평 향수를 잔잔하게 노래하고 있으며

아울려 고향을 잃은 아픔을 작가는 소리없이 

흐느끼고 있다.

 

 

 

 

 

 

 

 

 

 

 

 

 

 

 

트로트


동숙의 노래를 안다
너무나도 그 님이 그리운 스무 살
문주란의 꺽꺽한 목소리를 안다

 

마지막 잎새를 배호보다 잘 부르던
임동이발소 시다 출신 *성일이
어미 없는 자식 둘을 두고 겨울에 죽었다
일천구백칠십오 년 겨울방학 내내
십구공탄 불 꺼진 지 오랜 나의 방에서
트로트 선곡집을 함께 공부한 *기형이
북아현동 자취방에서 연탄가스로 죽었다

 

이제 트로트의 시대는 가고 추억만 남아
에이치오티를 즐기는 아이들 틈에서
그 옛날 아버지와는 다른 폼으로
굳세어라 금순아를 가만히 불러본다
나직나직 옛노래를 부르노라니
어느덧 난간 위에 초승달 뜨고
옛 친구들 달 위에 앉아 기타를 뜯고 있다

 

 

 

 

 

-감상 Note-

 

서슬퍼런 80년대 서울에서 외국어대학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조그마한 무역회사에 취직해서 한참 업무를 익히고 있던 우리 동기*<박기형>

선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일때면 항상 고향 새들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는데

최고의 통치자 처럼 그의 머리도 대머리가됨을 향상 걱정하며

기똥찬 발모제는 언제 나오나라고 넉두리 하던 그 모습,

그러나 그는 기똥찬 발모제가 나오기전 서울의 자취방에서

연탄가스에 중독되 세상을 떠났다.

 

수몰전 챗거리 장터 이발관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자기가 집적 이발관 하나를 차린 *<박성일>이는 술을 친구처럼 좋아 했다.

취기가 오르면 그의 입에서 재단되고 커팅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온갖 세상의 요설들을 풀어 놓는다.

그의 가슴속에는 향상 울분에 찬 말 못할 그 무었이 들어 있었는데

그 울분도 추운 겨울 챗거리에서 안동가는 국도를 달리다

선어대가 그의 운명을 았아가고 말았다

 

 

작가는 트로트라는 속칭 뽕짝세대를 매개로

두 친구를 떠 올리며 지나간 추억과 작가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는 모습이 가슴시리다.


 

 

 

 

 

 

 

<중평 신단지의 사향시비>

 

 

 

 


물속 고향을 생각하며

나는 가리라 물풀이 되어
물풀만 같다면 고기라도 되어

먼 옛날 다래 넝쿨을 치던 때부터
사람과 사람들이 순정으로 만나
매일의 굳센 삶으로 충만하던 곳

한 줌 흙속에도 한 줄기 바람에도
챗거리 사람들의 자랑스런 역사가
녹아들어 힘차게 숨을 쉬던 곳

지금은 천길 물 속 잃어 버린 땅
아직도 눈 감으면 길섶의 풀꽃까지
모두가 되살아나 반겨주는 고향으로

나는 가리라 그리움이 되어
돌아 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되어...

 

한양명 짓고 권영록 쓰다
일천 구백 구십년 오월 오일
손태익 세우다.


 

 

 

 

-감상 Note-

 

 이 시비는 중평 신단지에서 국도로 접어드는 길을

내려가면 국도와 만나는 곳에 서있다.

앞면에는 <사향시비>라고 전서체로 새겨져 있고

챗거리 수몰된 옛 장터를 향하고 있다.

뒷면은 중평신단지쪽을 향하고 있는데

유년의 수몰전 고향으로의 회기를

가슴 절절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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