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은 역시 좋았다
서로 함께여서 기분 좋은 사람들 .
그들은 고향에서 함께 나고 자란 깨복쟁이 친구였다.
그리고 수십 년을 따로 또 같이 한몸으로 살아온 낭군님들이었다.
네 쌍의 부부가 휴가를 맞아서 떠난 이번 여름여행은
역시 좋았다고, 올라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알 수 있는
말은 그냥 군더더기일 뿐인 곰배령이었다.
천상화원인 곰배령 정상은
우리가 감히 꿈도 꿔보지 못한 하늘이 가꾼 꽃밭
자연이 그려내는 무상의 캔버스였다.
온갖 풀벌레와 푸르른 것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그 낙원에
내가 디딘 발자국이 혹여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염려스러울 만큼
곰배령이 내게 준 보물들은
아무도 꺼내보지 못할 내 가슴 밑바닥에
꽁꽁 숨겨져 있다.
용문사에서 곰배령,
그리고 주문진항에서 팔례약수터까지의 2박3일의 여정은
너와 내가 걸어온 곳이 아니라
함께 마음 맞춰 흘러갔다 온 곳이었다.
아직도 눈에 선한 곰배령의 푸름, 시원한 물줄기
비 퍼붓는 곰배령 끝집 펜션 처마밑에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빗소리로 시를 짓던 우리의 모습이 눈에 아롱거린다.
자연적으로 흐르는 줄 알았던 또랑물이 위에 가 보니까 펌프로 끌어올린 물을 흘랴보내고 있더라구요
여보, 그리로 가니까 시원하지?
지영아, 이 다리 건나면 우리 어디로 가게 될까?
자기 얼굴 크게 나올까봐 항상 신랑 뒤로 숨는다
우리는 모두 흘러서 어디로 갈까
여름이 행복한 풀도 푸름의 절정이다
지영아, 우리도 이 나무처럼 긍정의 힘을 믿자
재근씨, 재숙씨 부부는 따로 또 하나
아, 우리 엄마도 이처럼 벌떡 일어날 수 있다면
회춘한 천 년 나무의 힘이 이처럼 푸르고 싱싱하다.
01, 나타샤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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