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을 향해가는 정월 열나흘날.
찰밥에 묵은 나물 먹으면서
대보름 달을 보고 있으려니
잠 자면 눈섭 쇤다고
자꾸만 내려오는 눈꺼풀을 끌어올리며
버티다 버티다 잠 자고 난 아침
밀가루 듬뿍 발라진 하얀 눈썹 보고
기겁해 울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나도 어느새 황혼을 향해 가고 있구나.
기울면 다시 차오르는
저 달이 부럽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잊혀질 권리가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을 비워줄 권리도 있어야 해서
세상 남은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것을
오늘밤 달에게 맹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