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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좋아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09. 11. 30. 13:13

 

 

 

 

 

                                               얼마나 좋아

                                                                     - 한강

 

                                          권 옥 희

 

 

  강가에 서면 그래도 그리움이 남아 있어 고맙다 떠나간 왕조와 권

력과 혁명들이 그래고 역사의 틀에 꽂혀 있어 고맙다 비켜 지나가지

못한 울분의 고비마다 스스로 주저앉았던 고통의 뒷길들은 그래도 뚝심으로

버텨주어 고맙다 

 

  무너지고 새로 놓이는 다리 아래서 그래도 씻겨가는 상처가 고맙다 

비가 내려도 비가 멈춰도 그래도 중심만은 흔들리지 않아 고맙다

림 같은 골목이 사라져간 황폐한 숲에서 그래도 따뜻한 방을

설계고 희망의 알을 품어 온 안개의 정성이 고맙다 

 

  잘근잘근 씹어대는 칡뿌리처럼 뒷맛이 깊어 왈칵 치솟는 후회와

움으로 그래도 남아 있는 슬픔은 고맙다 물배를 채워 하루 힘이

소멸고 가난한 걸음이 힘에 부쳐도 그래도 예까지 떼밀려 온

건강한 목숨이 고맙다

 

  얼룩진 추억이 강을 덮어 죽어가는 것들 밑에 그래도 새 집이

자리잡는 건 누가 뭐래도 고맙다 나의 옛집 애인의 옛집

그래도 남아 있는 우리들의 집 고맙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리움이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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