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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무의 여유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09. 9. 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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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여유

 

                              권옥희

 

 

  햇빛이 잠깐 잠깐 머물다가는

  숲의 가장 낮은 데에

  눈꼽쟁이 들꽃 무더기를 앉히고

  이름을 잊어버린 꽃에게는

  미안하고 부끄러워

  그늘 한 줌 뿌려두고

  아직도 그 꽃 이름 몰라

  나무는 엉거주춤

  하늘에 눈길을 주네

 

  내가 들어선 자리만큼

  그들이 자리를 비켜서자

  축소된 하늘이 들어오고

  그것만이 전부인 양

  죽을 듯 안고 살아온 

  내 욕망의 뿌리들

  드디어 잠에 빠지네

 

  새벽에 읽은 시처럼 뭉클한

  나무의 여유와

  이름을 잃어버린 들꽃 같은

  나의 추운 가슴이 만나는 시점

  사랑하는 것이 이처럼

  서로의 접힌 꿈을 펴

  낮은 자리에  편히

  앉히는 일이구나.

출처 : 임동초등46회(임동중22회)
글쓴이 : 길동무-권옥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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