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노을이 내리면 3
권 옥 희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행복이
그대 눈 맞춤 속에 있다고 믿어
점쳐본 우리 내일은 아름답다 여겼지
가고 오고 또 가고 오는
그 나무 그 자리에 어김없이 매달린 잎
단념할 수 없는 꿈이 있는 것은 있는 대로
일찍 포기하는 것은 포기하는 대로
지켜야 할 자리에 분명히 있는 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믿었지
늦은 이 가을, 섬에 노을이 내리면
쓸쓸할수록 아름다워지는 하늘 아래
예고된 이별처럼 손을 놓는 이
영광을 놓친 패자처럼 돌아서는 이
그래서 황혼은 섬뜩하도록 서럽다 말하고
대신 바다를 넘어가는 그 그늘을 빌려
우리는 오래도록 맑은 마음으로
사랑을 아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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