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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집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09. 8. 25. 12:03

   

 

 

   유년의 집

      

                                                           권옥희

 

 

 

    물에 잠긴 고향, 물가에 서서

    물이랑에 너울거리는 유년의 집을 본다

    지붕과 마당, 어디가 우물이며

    어디가 홰나무 섰던 자린지

    흐물흐물 연체동물처럼 풀어져

    추억도 지워진 물속을 그냥 들여다 본다


    무수한 날 새벽 공복으로 다가와

    쓰린 속을 후벼 팠던 동무들 이름이,

    하얀 홰나무 꽃잎으로 피어나

    눈발처럼 내 가슴에 날리던 그 이름들이

    무성한 물결 속에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할배가 먹고 싶다고 아궁이 속에 묻어둔 고구마

    몰래 하나 꺼내 먹었다고

    죽일 듯 불호령 떨어지던 매운 시집살이 엄마의

    타고 타서 새까만 속 같은 부지깽이마저 그리운

    어린 날의 무대 뒤편으로

    너무 먼 물이끼의 시간들이 너울거리고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나의 한 때

    언제나 그리운 그 집을

    깨끗이 풀어 놓아야 했다

    부끄럽게도 웬 낯선 얼굴이

    거기 멀거니 있었으므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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