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이 되고 싶다
권 옥 희
같으면서 다른 나는
물이 되고 싶다
같으면서 다른 너를 끌어들여
급경사길을 오르는 쾌락의 신음소리 듣고 싶다
꼼짝없이 붙들려서
확실히 물이네―
확실히 물이네―
사랑을 확인하는 소리 듣고 싶다
빠져나가는 길도
화려하게 죽는 길도
비밀처럼 덮쳐버린
완전한 어둠의 그물망이 되고 싶다
간단히 새가 울고 난 뒤
나무가 자지러지고
나뭇잎이 맥없이 떨어진다
그렇게 평생의 빚을 갚듯
평생의 은혜를 갚듯
너를 물속에 편히 쉬게 하고 싶다
뜨겁다 못해
뜨겁다 못해
꽃 진 자리 박차고 나온
푸른 열매가 툭툭 떨어진다
때문에 나는 물이 되고 싶다
평생을 두고 사랑을 쏟듯
너를 은밀하고 깊숙한
내 자궁에 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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