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마늘을 까다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6. 7. 17. 00:19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감자탕을 먹었다.

예전에는 즐겨 먹었건만

식구들 다 모여 먹는 일이

여름날 소나기 내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만큼

다들 바쁘다.

무엇을 향해 이렇듯 우리는

숨가쁘게 살아가는지

하루가 눈깜빡할 새라고

표현하면 맞는 말일 거다.

 

그렇게 소주 한잔 곁들여

맛있게 잘 먹었는데

하필이면 날 잡았다고

연례행사처럼 장아찌 담으려고

마늘 까야 하는데

다들 일이 있다고 나가버렸다.

힝~ 이 많은 마늘

나혼자 다 까라고~

황금 같은 휴일

마늘과 씨름하게 생겼다.

 

겨우내 몸에 좋다고

밥상에 마늘이 빠지면

안 되는 우리 집 남자들~

올봄엔 일찍 떨어져서

시장에서 사다 줬더니

맛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일주일에 오천원어치는 먹는다.

그러니 힘들어도

부지런히 까야지.

그런데 해마다 담그면서도

또 까먹었다.

물, 설탕, 식초, 간장을

일대일로 넣어서 끓이던가?

끓여서 바로 마늘에 붙던가

아님 식혀서 부었던가?

아리까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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