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활동

가슴에 품은 말 한마디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6. 1. 10. 14:51

 

<살아오면서 힘이 된 한마디>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권 옥 희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좋은 날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날 내게 닥친 시련 앞에 온몸이 녹아내릴 만큼 절망하거나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자신을 학대하며 목 놓아 울어본 사람은 안다.

이대로 생을 끝내는 게 아니라면

자신을 쓰러뜨린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죽음 같은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는

내가 나에게 주문처럼 불어넣는 응원의 말이다.

말이 지닌 힘! 그 중에 '괜찮아' 이 말처럼

모든 것을 긍정으로 이끄는 말이 또 있을까?

  10여 년 전 나뭇잎 다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며

시린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11월 꼭 이맘 때.

내게 닥친 시련은 내 것이 아니었음 싶게 혹독했다.

남편이 거래처 동생의 빚보증을 잘못 선 탓에

살고 있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고

그 여파로 가게수표마저 부도낸 채 집을 떠났을 때

나는 휘청거리는 나무가 되어 있었다.

'이건 내 일이 아니야, 이제 어떻게 살아~' 하는 절망감에

수북한 낙엽을 밟으며 발이 허방에 뜬 듯 휘청거려도

나를 잡아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형제도 친구도 안 됐다는 듯 "괜찮아?" 하고 물어오면

결코 안 괜찮으면서도 난 괜찮다고 웃어넘겼다.

비록 그들이 진심이어도 다들 잘 살고 있는데 왜 하필 나야!’ 하며

자존심 상한 내 마음은 꼬일 대로 꼬여

안쓰럽게 보는 눈길이나 말투가 싫어서

나는 일체의 연락을 끊고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희망이 사라진 집은 온기가 없었다.

냉기 도는 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만

허청허청 몸도 마음도 지쳐 돌아오는 나를 반겨주었다.

아들 둘 모두 군대에 가 있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강아지를 끌어안고 참 많이 울었다.

내 몫의 짐이 무거워도 나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집안일밖에 모르던 내게 남편의 빚은

내 이름으로 된 내 빚이기도 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며 이대로 있다간

아파트 날리고 어렵게 마련한 보금자리마저 내놓아야 할 판이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던가?

혹시 몰라 따 놓은 논술지도사 자격증으로 아이들에게 논술지도를 하면서

나는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어 집안을 이끌어갔다.

사람이 그냥 죽으란 법은 없어서 엄마들 입소문으로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나는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렸다.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고 나를 다잡으며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아이들이 제대해서 힘을 보태고 남편도 벌금만 물면 되어서

내 곁에 다시 돌아왔다.

먹구름 뒤에 뜬 태양을 다시 보는 건 기쁨이고 환희다.

지금도 어떤 일로 절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다고, 다 지나간다고 주문을 걸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