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동창

두고두고 그리움 가득할 날에 / 두물머리 나들이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5. 6. 15. 17:19

 

 

밤새 소나기처럼 세차게 쏟아지던

비 그친 일요일 아침은 눈부셨다.

언제나 함께 하면 좋아서

저절로 웃음이 솟는 은희와 지영이

우리 삼부회 세 부부~

봄나들이도 놓치고

모처럼 함께 하는 두물머리 나들이 길이

잔뜩 기대에 들뜨게 했다.

20여년 전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에 가서 썼던 시가 등단 시가 되고

다시 가보는 그곳은

세월이 흘러간 만큼

흙냄새 물냄새 풋풋했던

옛맛은 사라졌지만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물바람에 푸르러진 것들이

맘껏 자연이라는 이름을 걸고

포근히 안겨 있는 곳.

 

세미원의 연꽃은

아직 필 기미가 없이

잎만 커다랗게 하늘을 담고 있고

비가 오나 바람 부나

한결같이 강물과 짝사랑하고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혼자서 400년 역사를 온몸으로 감아안았다.

그 앞에 액자에서 줄을 서 가며

갖가지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나무의 외로움쯤은

잊은 듯 했다.

양수에서 내려 세미원을 돌아

운길산역까지 짝을 이룬

우리 세 부부는 지루하거나 힘든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으며

유월 하루를 강물과 놀았다.

 

물바람에 온몸 적시며

땀 한 바가지와 웃음 한 바가지 퍼담으며

사는 것은 그랬다.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

소꿉시절부터 이어온

우리의 우정이~

그리고 어느새 한식구 같다는

우리 신랑의 표현이~

강물이 흘러흘러 끝날 길이 없듯

아마도 오래오래 이 나들이를

기억하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