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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별 - 내 아버지 가시던 날에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4. 9. 25. 01:28


 

 

 

따뜻한 이별

-내 아버지 가시던 날에

 


                                      권 옥 희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팔십 평생의 아버지를 밀어넣고

 

운다, 죄스러워 울었다

 

 

  

작아지고 작아진 아버지가

 

삭은 뼈 하나로 지탱해온 세상

 

그 세상 허문 찬손을 가슴에 껴안고

 

"아버지, 뜨거운 불 들어갑니다

 

얼른 피하셔요!"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팔십 평생의 아버지를 밀어넣고

 

운다, 죄스러워 울었다

 

 

  

타고 또 타서 하얀 재 한줌으로

 

아버지, 하늘에 드시며

 

"내가 너희들 그릴 때 이리 좀 와주지."

 

웃고 계셔도 쓸쓸한 모습을

 

키 큰 소나무 밑에 묻어두고

 

낳아줘서 고마운 은혜만 안고

 

휘적휘적 산을 내려오는 길

 

  

 

아버지, 아버지! 부르다가

 

울컥 목이 메어 토해낸

 

내 아버지

 

가을이 푸른 하늘로 구름이 되었다가

 

어느새 들국화 꽃그늘에 앉은

 

나비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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