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이별
-내 아버지 가시던 날에
권 옥 희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팔십 평생의 아버지를 밀어넣고
운다, 죄스러워 울었다
작아지고 작아진 아버지가
삭은 뼈 하나로 지탱해온 세상
그 세상 허문 찬손을 가슴에 껴안고
"아버지, 뜨거운 불 들어갑니다
얼른 피하셔요!"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팔십 평생의 아버지를 밀어넣고
운다, 죄스러워 울었다
타고 또 타서 하얀 재 한줌으로
아버지, 하늘에 드시며
"내가 너희들 그릴 때 이리 좀 와주지."
웃고 계셔도 쓸쓸한 모습을
키 큰 소나무 밑에 묻어두고
낳아줘서 고마운 은혜만 안고
휘적휘적 산을 내려오는 길
아버지, 아버지! 부르다가
울컥 목이 메어 토해낸
내 아버지
가을이 푸른 하늘로 구름이 되었다가
어느새 들국화 꽃그늘에 앉은
나비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