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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느끼다 / 맛으로 웃음으로(에어로빅 나들이)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10. 28. 01:11

노란 은행잎도 밟고 서걱이는 낙엽도 밟고

매일 되풀이되며 무겁게 짓누르던 삶의 짐을

산에 부려놓고 가볍게 내려온 길.

몰라서 서로 서운했던 감정도

가볍게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오늘은 우리, 아름답게 나무에 매달려

가을의 절정을 이루는 단풍이 되자.

 

 

 

 

여울목에서 들려오는 음악, 귀가 서러운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게 많은 마음이 서럽다고 하면 맞나?

내 몸을 한 바퀴 돌아나가서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바람처럼

그냥 여기서 흔적없이 사라지고 싶다.

 

그런데 아니다.

이렇듯 푸짐한 잔치상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산에 올라가지 않은 동생들은

너도 나도 앞치마를 두르고

오늘 하루를 즐기러 온

언니, 동생들이 배고플까봐 

지글지글 맛있게 고기를 구우며

우리를 맞고 있었다.

동상, 빨리 고기줘~

뭐 아직 안 구워졌다구?

그럼 매운 고추라도 빨까?

좀 천천히 먹어~

누가 잡으러 와?

우린 고기 없어도 기다리잖여~

청양고추는 매우니까

차라리 젓가락을 빨아~

야, 산에 갔다와서 그런지

고기가 왜 이렇게 맛있냐?

진짜 맛있다 그치?

먹을 때 얼른 얼른 먹어야 되는데-

먹는 걸 쉬어버리면 맛 없어 못 먹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얼른 구워지지는 않고~

꺼먹돼지도 한이 서려서 

연신 지글지글 연기를 피워된다.

언니~ 확실한 서빙 책임질게요.

뭐든 말만 하세요.

동상들, 산에는 올라오지 않고

이곳에 남아 상 차리느라 고생 많았어~`

삼겹살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단호박도 있구요.

팔뚝만한 소세지도 있구요.

허연 가래떡도 있어요.

골라먹는 재미가 끝내줘요.

엿이요, 엿!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는 울릉도 호박엿!

헤헤~ 속았죠?

우린 잘구워진 여울목표

꺼먹돼지삼겹살 자르는 서빙담당~

무엇이든 말만해,

먹기 좋은 크기로 싹뚝싹뚝 잘라줄게~

반찬도 떨어지고 상추도 떨어지고

친구야, 우리 뭐 먹나?

그럼 맥주라도 한잔해야지~

삼겹살에는 소주가 최고지만

낯술에 취하면 시엄니도 몰라보니까

가볍게 입가심만~

와~ 우린 먹어보라 소리도 안 하고

잘 먹는다 그치?

근데 우린 언제 먹지?

기다려봐~

언니들이 상추쌈 맛나게 싸줄겨~

그런데 내 배 채우기 바빠서

누가 이렇게 수고한 동생들에게

상추쌈을 싸줬나 몰라~

아, 계속 고기냄새만 맡았더니

눈앞이 어질어질해.

에구, 선생님도 드실 게 없네.

여기저기 왔다갔다 불려다니다가

정작 먹으려고 하면 누군가 다 먹고~

이래서 잔치날 오히려 배곯는다는 말이 맞는가봐.

배부른자의 여유~

얼굴에 반드르르 윤기가 흐릅니다.

언니는 양이 찼어?

난 아직도 배가 고파~

이런 삼겹살 집에서는 못 먹지.

이때 아니면 언제 또 먹어~

언니, 난 다 먹었어, 배불러요~

상추쌈 하나씩 입안에 가득 채우고~

먹고 또 먹고, 50인분이나 주문해놨는데

다 먹고 가야지.

천천히 많이 먹게나 친구~

형님도 많이 드시구요.

복례형님 안 오셨다고 외로워마시구요.

이런 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런 곳에

일부러 밥 먹으러 찾아올 수 있겠어요.

이 상에 가득했던 음식들이

거의 동이 났습니다.

그 많던 싱아가 아니라

꺼먹돼지 삼겹살 누가 다 먹었나요~

고기도 다 떨어졌고

우리도 이제 뭘 좀 먹어야 되지 않을까?

그려 그려~ 동상 어여 먹어.

고기 굽느라 고생 많이 했어.

언니, 그거 뭐야? 비빔밥이야?

우리보고 그거 먹으라구?

아우~ 우리도 고기 먹고 싶다구요~

여울목 주인장아저씨,

인상이 여자처럼 부드럽다.

도토리무침도 해주고, 전도 부쳐주고

누가 한쌈 입에 넣어드렸나?

불룩한 입의 증명~

정미총무, 이런 좋은 곳에

데려다줘서 고마워~`

자~ 우리 언니들

술 한잔 받고 건배~

술 한잔 못 먹는 서러움 흑~

친구들 내 몫까지 많이 마셔!

맑은 공기를 고기 연기가 오염시켰지만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바로 요런 표정 나오죠.

우하하하~ 세상은 다 내꺼~

뭐~ 세상이 친구 것만 돼?

우리의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 

먹고 속닥이고,

배불러도 일어나기 싫은 자리.

너와 내가 앉은 가을자리.

소주 대신 사이다?

선택 잘했어~

지천명에 닿으면

세상을 해탈해서...

엄마가 아기에게

아니, 선생님이 제자에게

먹여주고 받아먹고 지극한 사랑~

힝~ 나도 선생님께

고기 한점 받아먹고 싶은데...

이놈의 고기땜시~

앗! 고기 다 탄다~

에구, 이걸 워쪄!

맨날 이런 날만 있었으면~

친구야, 배부르니까 아무리 운동해도

나오는 뱃살은 어쩔 수가 없네.

인생 뭐 있어?

되는대로 살려구~

저녁반회장님이라고 챙겨주는

우리 희진이는 참 체력도 좋아.

선생님이 좋아서, 운동이 좋아서

하루 세 타임을 다 뜁니다.

아까 친구 고기 먹여주는 거 부러워했지?

이리와 안아줄게~

 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어때, 느낌이?

네~ 그냥 좋아요.

허걱! 동생이 싸준 상추쌈 속에

맵디매운 청양고추가!

매워, 매워! 물~!!!

언니야, 가래떡도 먹을래?

제발 물 좀 응?

아고~ 난 못살아~

언니, 난 물이 아닌데

내 품에 안겨서 어쩌자는 거여~

언니야, 언니도 내가 싸준

상추 한번 먹어봐~

이런~ 입은 작은데

이렇게 크게 싸주면 어쩌라구~

입이 미어져라 먹는 상추쌈이

진짜 상추쌈이지. 그걸 몰랐어?

이런때 웃겨야 저 상추쌈이

언니 위 속으로 안 가고

밖으로 다 튀어나오는건데,

차마 그럴 수는 없구.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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