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

나는 물이 되고 싶다

권규림시인(옥희) 저 개명했어요 2012. 9. 6. 01:46

 

나는 물이 되고 싶다

 

                                                권 옥 희

 

같으면서 다른 나는

물이 되고 싶다
같으면서 다른 너를 끌어들여
급경사길을 오르는 쾌락의 신음소리 듣고 싶다


꼼짝없이 붙들려서
확실히 물이네-
확실히 물이네-
사랑을 확인하는 소리 듣고 싶다

빠져나가는 길도
화려하게 죽는 길도 
 

비밀처럼 덮쳐버린
완전한 어둠의 그물망이 되고 싶다

간단히 새가 울고 지나간 뒤
나무가 자지러지고
나뭇잎이 맥없이 떨어진다

평생의 빚을 갚듯 너를
평생의 은혜를 갚듯 너를
그렇게 물 속에 편히 쉬게 하고 싶다

뜨겁다 못해

뜨겁다 못해
꽃 진 자리 박차고 나온
푸른 열매가 툭툭 떨어진다

때문에 나는 물이 되고 싶다
평생을 두고 사랑을 쏟듯 너를
은밀하고 깊숙한

내 자궁에 가두고 싶다.

 

 

 

 

 




 

멜라니 사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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