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을 걷는 동안은
권 옥 희
언제나 넉넉했을 밥그릇을 잃고
집 나온 개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희붐한 골목길을 끌고 갑니다
그 뒤를 따르는 한무리의 사람들
아침을 여는 길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헛짚은 발목 위로 떠오르는 해는 오늘도 헐거워진
그의 바지춤을 펄럭이게 할 테지만,
아무일 없었던 듯 먹던 밥숟가락을 놓고
그리고 또 아무일 없었던 듯 낡은 구두를 신고
수없이 앞구르기를 하며 그의 목을 조였을
어금니 사이로 따사로운 햇볕은 몇 번이나
쓰린 내장을 긁었을까요 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염없이 구르고 굴러서 그 흔적마저
감춰버린 그의 헛웃음에는 어떤 비애가 숨어 있을까요
오랜 습성을 익힌 생선가게의 비릿함 같은,
숱한 비늘을 긁어낸 뒤에야
내장을 드러냈을 그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쿨럭쿨럭 메이는 목울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곧 편안해질 내일은 헛딛지 않게
살 비추는 쪽 꼼꼼히 살피며
조금은 축축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가는
그를 볼 수 있겠지요
그도 맨땅을 걷는 동안은
느림의 미학을 맛보겠지요.